[소소+] 철공인·청년예술가 녹인 파스타... 그 겨울의 파란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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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철공인·청년예술가 녹인 파스타... 그 겨울의 파란가게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3.02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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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철공소 골목안 이탈리안 카페 ‘마음의 온도’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우리동네 - 문래동 ‘마음의 온도’] 선반, 밀링, 프레스 등 쇠를 깎는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문래동 머시닝밸리에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예쁘장한 이탈리안 카페가 있다. 공장 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삼겹살집이나 백반집이 아닌 파스타와 스파게티 등을 판매하는 ‘마음의 온도’. 이 곳은 앳된 얼굴의 젊은 청년 이유리(30세)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요리가 좋아서 중학교때부터 방과 후에는 제빵학원을 다녔고 대학에서도 식품조리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이태리 음식점에 취직해 주방에서 요리를 배웠다. 이 대표가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본인이 만든 음식을 누군가 먹고 난 후 깨끗이 비워진 접시를 닦을 때가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문래동 아파트 단지 근방의 이태리 음식점에서 1년간 근무하면서 보니 생각외로 문래동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마음의 온도’가 자리 잡은 곳은 원래 공장 근로자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백반집이었다. 지난 해 11월 6일에 오픈해서 이제 갓 3개월여가 됐지만 임대료 내고 월급을 가져갈 수 있을 정도의 매출액이 나오고 있다.

아직 어린 나이인지라 모아 놓은 돈이 부족해 부모님 도움을 받아 가게를 시작했다. 카페를 찾아 음식을 먹어 본 근로자들은 생각보다 느끼하지 않아 좋다는 평을 많이 한다. 점심때는 문래머시닝밸리에서 근무하는 철공인들이 많이 찾고 저녁때는 문래창작촌의 청년예술가들이 전화예약을 하고 찾는 경우가 많다. 식사시간이 일정치 않은 창작촌 예술가들은 브레이크 타임도 없이 수시로 방문하기도 한다.

'마음의 온도'의 대표 메뉴 @시장경제

‘한 접시에 담겨진 따뜻한 온도, 차 한잔이 주는 시원한 온도, 각 테이블에 올려진 온도가 다르듯 마음의 온도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고 손님이 행복한 마음으로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요리를 만들고 손님을 접대한다는 이대표.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든 것은 전혀 모르겠다고 한다. 오전 11시 반에 오픈을 해서 밤 9시면 문을 닫는 카페의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도 직접 했다고. 시끄러운 철공소의 소음을 잊을 수 있는 아담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오픈한 지 갓 석달이 조금 지났는데 단골손님들이 제법 된다. 근처 철공소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점심을 먹으러 자주 온다. 처음에는 근로자들을 거칠게만 생각했는데 단골로 오가며 친해지다 보니 ‘사람이 따뜻하다는 표현을 이럴 때 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손님들에게 매일 손수 반죽해서 구워낸 ‘포카치아’를 식전 빵으로 대접한다. 토요일에는 카페에서 1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산책삼아 철공소 골목까지 찾아와 식사를 하고 간다. 그래서인지 토요일 매출액이 가장 높다. 카페가 주는 아기자기함이 좋아서 자주 찾는다.

쇳소리 시끄러운 철공소 골목과 이탈리안 카페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질문에 주변환경에 대해서는 고민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단지 본인이 만든 음식을 누군가 맛있게 먹어줄 것만 기대하며 카페를 차렸고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손님이 맛나게 드시도록 하는 것 한가지 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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