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억대 연봉 내던지고 북한산에 우동집... 행복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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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억대 연봉 내던지고 북한산에 우동집... 행복을 팝니다"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3.16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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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한 끼 '북한산 우동집' 차린 김대영 대표 인터뷰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우리동네 - 북한산 우동집] 잘 나가는 투자회사 CEO를 그만두고 북한산 자락에 우동집을 차린 인물이 있다. 북한산 우동집의 김대영(42세) 대표. 메뉴라고는 달랑 우동 2가지(가마보꼬, 우삼겹)와 매운 갈비찜 뿐이다. 가게의 외관이나 내부 인테리어 또한 우동집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북한산 우동집' 김대영 대표가 14일 오후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장경제

금융업이 가진 비인간적인 면에 회의를 느껴 투자회사 CEO를 그만두고 우동집을 차리게 된 이유라고 설명하는 김대표. 큰 돈을 만지다 보니 돈이 돈처럼 느껴지지 않았고 돈에 대한 감각이 없어지면서 정신이 피폐해져버렸다고 한다. 

본인의 성격이 관계지향적이라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직업으로 식당을 선택하게 됐다. 30대까지는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면 40대에는 식당 운영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50대가 되면 공적인 영역(언론 혹은 NGO)에서 역할을 해 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본인에게 조리법을 전수해준 스승이 식당운영은 처음이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는 음식보다는 간단한 프로세스로 조리 할 수 있는 메뉴를 택하라고 권유해 우동집을 차리게 됐다.

지난 해 9월 오픈해 손님들이 별로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직원들의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사업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근로자를 줄이면 당장의 손실은 줄일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역설이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지연되면 더 큰 손실이 될 수 있고 서빙인원이 많음으로 인해 손님들이 느끼는 안락함이 더해져 단골손님이 늘게 되면 그것이 훨씬 이익이라는 논리였다. 당장 눈 앞의 적자를 계산하다 보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막연하게 계산이 안 된다고 투자를 머뭇거리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메뉴판 한 쪽에 적혀 있는 문구 중 ‘직원과 점주가 함께 웃는 식당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직원에게 인센티브가 돌아가고 모두가 주주로 참여하는 모델을 향해 나간다. 그 길에 보탬을 주는 손님을 쉬이 여길 수 없다’는 내용의 문구가 더 크게 보였다.

우동국물 맛을 내기 위해 3개월간 쉐프와 합숙훈련을 하면서 국물내는 방법을 연구했다. 음식 조리법을 배우는 것은 간단하지만 레시피를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별도의 어려운 문제이다. 맛있는 요리를 해 먹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손님들에게 접대하는 것은 프로세스가 다르다. 어쩌다 한 번 해 먹는 요리가 아닌 똑같은 맛을 꾸준하게 연결해가며 빠른 시간내에 손님들에게 내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산 우동집의 대표 메뉴인 '가마보꼬 우동' @시장경제

우동이라고 하면 허름한 포장마차가 떠오르는데 가게 분위기는 전혀 우동집답지 않았다. 손님들이 찾게 하려면 평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론이다. 허름하고 평범하다면 손님들이 오가다 한 끼 때우는 식당으로 전락하게 된다. 먼 길을 찾아서 북한산 우동집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서는 그 정도 서비스는 갖춰 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김대표의 설명을 듣고 나니 ‘단순하게 한 끼 때우는 간편식’으로만 여겨졌던 우동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지게 됐다.

국문학을 전공한 이력때문인지 그런지 가게 구석구석에 재미나고 재치 있는 문구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메뉴판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북한산 우동집의 약속’ 에는 “남은 음식을 다시 쓰는 것은 손님이 돈 주고 산 것을 훔치는 행위입니다. 손님 상에 나간 음식은 그 순간부터 손님것입니다”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잔반재사용을 하지 않는다”고 단순하게 적어 놓는 것보다 훨씬 손님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 주는 문구이다.

김대영 대표의 저서 '아빠, 얼마 벌어?' @시장경제

김 대표는 4년전 ‘아빠, 얼마 벌어?’라는 책을 저술했다. 평범한 가장이 돈을 경영하는 법을 통해 행복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는 내용이다. 출판 당시 경제분야 1위를 달리며 잘 나가던 팟캐스트를 김 대표가 운영했는데 팟 캐스트의 제목이 ‘아빠 얼마 벌어’였고 그대로 책의 제목이 되었다. 재테크와 관련해서 현란한 문구로 소비자들을 자극하기 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경제관념을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내용이다.

억대연봉을 마다하고 우동집을 차린 그에게 집 안의 반대는 없었느냐고 물어보니 가족들이 반대해봤자 안 된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기에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는 대답이다. 김 대표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느끼는 행복이 무엇보다 값지다는 말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책을 저술하지만 실제 책에 담긴 저자의 주장과는 다른 삶들을 살고 있지만 김대표는 ‘북한산 우동집’에서 자신이 저술한 주장과 닮은 삶을 살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

우동집을 경영하면서 짬을 내 책을 저술하고 있다. 남들과 똑같은 판에 박힌 삶이 싫은 기질때문인지 제도권에서도 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살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2030세대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많다고 한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한 '북한산 우동집'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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