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중기부, 720만 소상공인에 예우 갖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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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중기부, 720만 소상공인에 예우 갖춰라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4.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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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장차관-실무진, 소상공인회장 취임식 모조리 불참
"대놓고 왕따"... 중기부 성토장으로 바뀐 재선회장 취임식
1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진행된 소상공인연합회장 취임식의 귀빈석에 앉아 있는 여야 지도부들. 정작 자리에 있어야 할 중기벤처부 장관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12일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단합 출범식 및 2기 회장의 취임식 행사장에는 여·야 각 당의 지도부와 사회 각계인사들이 찾았다. 그러나 정작 소상공회의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장차관을 비롯 국장급 이하 실무진들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기벤처부 산하기관 관계자와 축하화환 역시 눈에 띄지 않았다.

중기부는 오는 16일부터 소상공회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기부 감사가 소상공회 최승재 회장을 찍어내기 위한 수순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현 정부 최대 과업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쓴 소리로 일관하고 있는 최회장이 정부입장에서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청와대초청 중소·벤처기업인-소상공인간담회에도 최회장이 초대받지 못하자 현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있다는 구설이 일었다.

게다가 지난 2월에는 신임회장을 뽑는 선거마저 여당의 전·현직 의원들에 의해 파행되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파행을 갈무리하고 어렵게 지난달 30일 선거를 치러 최회장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되자 중기부는 선거의 뒷마무리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조차 주지 않고 곧바로 소상공회에 대한 행정감사에 착수하겠다는 통보를 했다. 그리고 그 배후로 중기부 장관 정책 보좌관과 소상공회 상근부회장, 상근부회장의 배우자가 구청장으로 있는 지역구의 국회의원이 지목됐다.

13일 여의도 국회 앞에 설치된 천막농성장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사진 우측)이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본지는 지난 12일 소상공회 행사장에 중기부 관계자들이 전혀 보이지 않아 중기부 담당관에게 그 연유를 묻는 통화를 했다. 그러나 중기부 담당관은 배탈을 이유로 휴가를 받아 상황파악을 잘 못하고 있다는 답변을 해 왔다. 중기부 산하의 ‘모’기관에도 똑같은 질의를 하자 중기부와 소상공회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처럼 비춰졌기에 행사에 참석하기 어려웠다는 답변을 받았다.

행사 당일 홍종학 중기부장관의 공식 외부일정은 오전 11시 서울에서 기술개발제품 시범구매제도 MOU 체결뿐이었다. 최수규 차관의 공식일정도 오전 10시 차관회의가 전부였다. 장·차관 모두 취임식 시간에는 공식 외부 일정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중기부 관계자에 의해 확인됐다. 담당관은 배탈을 이유로 연가를 냈다. 누가 봐도 중기부가 소상공회장 취임식을 보이콧 했음을 짐작케 한다. 중기부가 보이콧을 하니 산하기관 또한 모두 보이콧을 할 수 밖에 없다. 중기부내의 ‘왕따’가 소상공회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이유이다.

12일 취임식장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홍준표대표는 “소상공인들이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중기부가 소상공회를 도와줄 생각은 않고 감사나 하겠다는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며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에 반발하며 생존투쟁을 하니 중기부를 통해 억누르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 또한 “소상공인들 도와주라고 중기청을 부로 승격시켰더니 중기부가 소상공인들을 도와줄 생각은 않고 소상공회를 탄압하려 한다”며 “중기부가 소상공회에 대해 조금만 이상한 짓을 해도 절대 가만 있지 않겠다”며 거들었다. 소상공회 회장의 취임식이 중기부의 감사에 대한 성토장으로 바뀐 셈이다. 중기부가 쓴소리를 듣기 싫어 보이콧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다.

취임식에 불참한 중기부를 두고 소상공회 회원단체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지방에서 왔다는 한 회원은 “매를 때려도 밥은 먹여가면서 때리는 법인데 중기부는 최회장 찍어내기에 혈안이 되어 취임식 축하도 없이 감사만 하려고 한다. 이는 720만 소상공인을 우습게 아는 처사”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소상공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한 회원은 중기부 감사의 배후인물로 지목된 상근부회장에 대해 "소상공회를 분탕질하러 낙하산타고 내려온 미꾸라지"라는 막말도 서슴치 않았다.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소상공회에 대한 감사의 정당성이 확보되지 못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홍종학 장관이 ‘홍길동’이 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중기부가 소상공회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정치적 탄압’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버리기 때문이다. 호형호제를 못했던 홍길동과 소상공회를 감사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할 수 없는 홍종학 장관의 처지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정치권 입김에 소상공회를 포함한 중기부 전체가 흙탕물로 얼룩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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