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에서 파인먼까지... 창조성 빛낸 사람들의 생각도구 소개
루트 번스타인 “통합교과 학습이 융합사고력을 기르는 데 필요”
“현대시대는 전문가(expert)가 아닌 전인가(generalist) 면모 요구"
[책한권의 행복 - 생각의 탄생] <생각의 탄생>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사회‧경제 지식인들이 추천한 명서다. 문과‧이과로 교육을 나누지 말고, 종합적 학문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2007년 5월, 처음 한국에 들어왔다. 집필된 것은 9년 전인 1999년으로 미국에서는 ‘Sparks of Genius’라는 제목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저자는 ‘루트번스타인 부부’. 이들이 저술한 책은 5권이나 더 있지만 우리나라의 번역본은 <생각의 탄생>이 전부다. 2007년 업계와 언론을 통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에서 이 작가의 책들을 번역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국내 출판업계는 크게 주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보면 출판업계의 <생각의 탄생> 초기 마케팅은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차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국내 언론과 사회 각계 유명 인사들이 일독을 권하면서 재평가 되기 시작했다. 문화심리학의 거장 김정운, ‘시골의사’ 박경철,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등이 이 책을 추천했다.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은 “내가 써야 할 책이 이미 나왔구나!” 하고 추천사를 쓰기도 했다. 화룡점정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찍었다. 이 회장이 ‘생각의 탄생’을 완독해 계열사 임직원들 역시 이 책을 따라 읽거나, 요약본을 읽는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CEO 추천도서 목록 중에 ‘생각의 탄생’을 넣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번역본이 출간된 2007년, 당시 이 책은 업계와 언론을 통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대형서점의 매대 한 켠을 장악했다. 여세를 몰아 ‘에코의 서재’는 청소년들을 겨냥한 ‘주니어 생각의 탄생’을 내놓기도 했다.
책 제목처럼 ‘생각의 탄생’은 ‘생각을 창조적으로 하기’를 다룬 도서다. 중세 유럽의 귀족들은 돈과 시간은 많은데 할 일이 없어 심심해서 책상머리에 앉아 공부를 했다. 이것이 학문의 시초인데, 이렇게 시작한 학문이 시간이 지나며 다분화 됐다. 그럼에 따라 자연스레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분야의 간극이 생겼다. 그 개념이 우리나라로 수입돼서는 흔히 ‘문과’와 ‘이과’로 갈렸다. 그런데 이 책은 현재 한국 교육계 핫 트렌드인 문·이과 통합을 예언하기라도 하듯, 이미 출간 시점에 학문의 경계를 넘어선 학문적 이해 내지는 종합적 이해를 추구하고 지향했다.
음악가는 음표를, 작가는 워딩을 쓴다. 각 분야의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필요한 각자의 도구를 사용하듯 ‘창조적 사고’의 뿌리와 이를 키워내는 방법을 보여준다.
이 책은 마사 그레이엄, 레오나르도 다빈치, 데이비드 호크니, 파블로 피카소 등 해당 분야 최고 권위자들이자 창의적 인간들을 예로 든다. 그러면서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 인식, 유추 등 사고 도구의 사용법을 제시해 마지막으로는 ‘통합’을 하도록 유도한다. 또한 이 시대의 교육이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은 '전문가(expert)가 아닌 전인(全人, generalist)'이라고 역설한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교수는 2016년 한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전혀 겪어볼 수 없던 문제의 해결을 위해 창의력이 점점 중요해진다”며 “그저 문제 해결이 아닌, 어느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먼저 알고 해결하려면 새로운 창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은 이를 완벽하게 뒷받침해주는 방법들 중 하나“라며 (문·이과) 통합교과 학습이 융합사고력을 기르는 데 필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생각의 탄생’이 다소 늦게 국내에 소개되긴 했지만, 뒤늦게 인기를 끈 이유는 따로 있다. 2007년 당시는 국내 기업들이 ‘창의적 사고’를 절대 가치로 내세워 경영에 접목하고자 했던 시기였다. 비슷한 시기에 ‘시크릿’, ‘이기는 습관’,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 등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