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품질은 기본, 주민상생까지... 임대아파트의 '무한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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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품질은 기본, 주민상생까지... 임대아파트의 '무한변신'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6.2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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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SH·부영, 각종 대책으로 공공임대 이미지 개선 총력
품질하자, 주민마찰 등 더이상 간과하기 힘든 지상과제로
노인정, 도서관, 공연 통해 이웃 아파트 주민과 상생 구축

공공임대아파트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다. 임대료·하자보수 논란부터 이웃 주민들 간 벌어지는 갈등까지 복잡미묘한 문제들로 뒤엉켜 있다. 일부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자녀가 임대아파트 학생과 함께 공부하는게 싫다며 임대아파트 학생을 입학시키지 말라는 탄원서를 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재산권 수호를 외치며 담과 철조망을 더 높이 쌓는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인기 지역 임대아파트 신청 경쟁률은 ‘수십·수백대 일’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평판이 나락으로 떨어진 ‘임대아파트’를 수 십 만호나 더 짓겠다고 한다. 100만호를 넘긴 오늘날의 공공임대아파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최근 LH, SH, 민간건설사들이 공공임대아파트 품질을 향상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주민들 스스로도 임대아파트 품질 높이기에 공을 들인다. 달라지고 있는 ‘공공임대아파트’ 현장을 다녀왔다.

‘임대아파트=후지다’, ‘임대아파트=거지촌’이라는 이미지에 대해 LH는 “모두 과장된 옛날 얘기”라고 일축했다. LH관계자는 “일부 단지의 문제들이 집중적으로 확대 재생산 되면서 왜곡과장된 이미지가 생겼다. 유명 고가의 브랜드 아파트 만큼은 아니지만 공공임대아파트들도 상당히 좋은 시설을 자랑한다”고 밝혔다.

LH는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성남여수단지'에 각종 주민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주민카페, 공동육아나눔터, 작은도서관, 독서실

대표적인 곳으로 ‘성남여수LH’와 ‘청계마을휴먼시아’가 꼽힌다. 이 두 곳은 전국 LH내에서 가장 잘 지은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박상우 LH사장이 지난 4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주거의 품질을 높이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도 잘 지은 '성남여수LH'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성남여수LH(영구124+국민534)는 주변 브랜드아파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거주 공간 외에도 ▲공동육아나눔터 ▲맘스카페 ▲작은도서관 ▲노인정 ▲단지내 텃밭 ▲국공립 어린이집 ▲독서실 ▲무인택배 ▲카풀 시설을 추가해 주민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같은 시설은 주변 아파트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질 수 있도록 설계한 아이디어다.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청계마을휴먼시아’(3~6단지)는 LH내에서 가장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퇴근 후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와 손을 잡고 거닐고 싶을 정도로 빼어난 경관이다. 이곳은 그린벨트 해제지역에 지은 첫 번째 국민임대주택단지다. 녹지율이 32%다. ▲어린이놀이터 ▲체육공간 ▲수경시설 ▲휴게쉼터 ▲주변 녹지와 연계된 산책로는 이웃 단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총 1천여세대가 입주해 거주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에 위치한 ‘청계마을휴먼시아’(3~6단지)의 모습. LH내에서도 가장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단지다.

민간 건설사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영은 최근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겠다며 다양한 주민 상생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료 어린이집 운영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경기도 남양주 월산단지는 공공임대아파트들 중에서도 잘 지은 아파트로 소문나 있다.

지난 26일 이곳을 다녀와 봤다. 경기도 남양주 월산단지는 2개의 단지로 구성돼 있으면 3000여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큰 단지다. 2개의 단지는 모두 공공임대 및 분양아파트 주민들이 함께 살고 있다. 저렴한 장기임대료와 동간 거리가 멀어 쾌적성이 뛰어난 특징을 가지고 있다.단지 바로 옆으로 초등학교 2개교(신설 예정)와 화광중학교가 있으며, 아파트 단지 4km이내에 대형마트가 있다. 특히, 남양주시가 월산지구를 자연환경을 최대로 살린 생태환경 시범도시로 조성될 예정이다.

아파트 입주자 모임 온라인 카페에도 큰 하자나 고질적인 민원이 올라오지 않는 것으로 볼 때 주민들의 만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곳은 부영의 주민 상생 경영 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는 곳 중 한 곳이다.

부영그룹은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58개 ‘부영 사랑으로 어린이집’ 보육 교사들에게 교사용 앞치마를 전달하면서 경기 남양주 월산단지 등 어린이집 교사들에게는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이벤트도 열었다.

‘진천장관1단지 부영 사랑으로 어린이집’ 원아들이 5월 5일 ‘어린이 날’을 맞이해 부영그룹이 선물한 어린이날 단체 티셔츠를 입고 있다. 사진=부영그룹
‘남양주월산1단지 부영 사랑으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이해 부영그룹이 기부한 교사용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 사진=부영그룹

‘부영 사랑으로 어린이집’은 우수 유기농 식자재(풀무원, 매일 유기농 우유)를 제공하고, 다자녀(셋째 이상) 입학 시에는 입학금을 전액 지원하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기숙 고문(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찾아가는 학부모 교육(년1회)’을 통해 전문가의 양육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현재까지 총 58개의 어린이집이 협약을 맺었고, 올해 신규로 11개원이 추가될 예정이다.

서울의 SH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합의를 통해 브랜드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 1단지 주민과 8단지 교회는 합의 끝에 담을 허물기로 했다. 높이 1.5m, 넓이 2~3m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담 1개가 없어짐에 따라 1, 8, 9단지 주민과 학생들, 교회 주민들은 수 백 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우회하지 않고 직선으로 오가게 됐다.

협의를 주도한 조민국 구의원은 “입주민과 교회를 설득하는데에 4년이나 되는 시간이 걸렸다. 큰 결단을 내려준 입주민들에게 감사하다”며 이번 조치가 아파트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민간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들의 공존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9단지에 살고 있는 이혜림(35) 씨는 아기 1명을 둔 엄마다. 현재 임대아파트 생활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이 씨는 “지하철까지 도보로 7분이면 간다. 맞벌이 신혼부부들에게는 너무 좋은 제도인 것 같다. 공무원들이라 민원 넣어도 해결을 잘 안 해 줄 것 같았는데, 전화 한 통화면 시설 고쳐주고,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는 모습에 정말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임대아파트가 저평가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 집도 거의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얻은 집이다. 브랜드 아파트처럼 이쪽도 좋은 집(공공임대아파트)들은 정말 인기가 많다. 공공임대아파트가 100만개라고 하는데 좋은 점이 좀 더 소개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조인수 교수(한국품질경영학회 부총무)는 “건설사들이 과거에는 아파트만 건설했다면 이제는 주민간의 신뢰도 건설해야 한다. 현재 공공임대아파트에서는 사회‧교육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기술 발달에 따라 아파트 품질은 일정 부분 자동으로 해결되지만 이웃과의 마찰, 학생 가르기 같은 사회 문제들은 그렇지 않다. 최근 부영이 입주민들을 위해 유명인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하거나 어린이집에게는 임대료를 안 받고 있는 것, LH가 바자회 등을 개최하는 이유도 이웃과의 신뢰를 쌓게 하기 위한 대책들이다. 공공임대아파트는 100만호 시대다. 3인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300만명이 거주하고 있고, 우리나라 인구의 6%에 해당한다. ‘어떻게 살게 할 것인가’라는 품질을 따지지 않으면 아무도 입주하지 않는 공공임대아파트가 될 수 있고, 고민을 넘어 실행에 옮길 시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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