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 "정치판 떠나 곱창장사... 땀 흘린 만큼 벌어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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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 "정치판 떠나 곱창장사... 땀 흘린 만큼 벌어 행복"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06.23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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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통진당 이정호 구의원의 순대곱창집 ‘순곱이네’
[소소+]는 ‘소확행’(小確幸: 바쁜 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가 화두인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입니다. 소소한 밥상이나 구경거리, 거창하지는 않지만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 이름 없는 수많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뉴스와 정보를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이청호 전 부산 금정구 의원이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에 위치한 '순곱이네'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리동네-순곱이네] 지난 2012년 5월 12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당사가 폭력사태로 얼룩졌다. 통진당 폭력사태는 그 해 4월 치러진 19대 총선의 내부경선에서 당권파가 조직적으로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시발점이었다. 부정경선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인물은 당시 부산 금정구의원이던 이청호 부산 금정지역위원장. 이 후 이정호 전 의원은 정치판을 떠났다. 몇 해를 떠돌다 서울 신림역 근방 먹자골목에 새둥지를 틀었다. ‘순곱이네’라는 상호를 내걸고 장사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부산의 유력 정치인이었던 그는 왜 순대와 곱창전골을 팔고 있을까?

순곱이네 주력메뉴는 말 그대로 순대와 곱창. 순대와 곱창을 한 냄비에 넣어 끓여 주는 ‘순대곱창전골’은 서울 사람에게는 다소 생소한 음식이다. 순곱이네는 부산·울산·경남에 가맹점 50여개를 거느린 프랜차이즈 식당이다. 부울경 지역주민에게는 제법 알려져 있다. 수도권에는 이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신림점을 비롯 모두 2개의 가맹점이 있다.

고향을 떠나 낯설기만 한 서울에서 식당을 차린 이유가 궁금했다. 신림점은 순곱이네 ‘안테나 샵’이라고 한다. 수도권 소비자 입맛을 분석하기 위해 차린 일종의 ‘점빵(가게의 부산지역 방언으로 이대표는 점빵이라는 표현을 즐겼다)’이란 것이다. 순곱이네는 부울경 가맹점과 달리 본사에서 양념만 받는다. 식재료는 모두 이 대표가 직접 장을 봐서 공수한다. 대표 식재료인 곱창 역시 독산동 우시장에서 손수 매입한다.

곱창의 잡내 제거에 장사성공여부가 달려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을 터. 순곱이네 곱창에서 잡내가 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만큼 철두철미하게 관리한다. 그는 요리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대학시절 학비조달을 위해 동네어귀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한 경험이 전부다. 장사 비결을 묻자 “레시피 개발에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맛있으면 손님은 알아서 찾아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 새벽 3시에 문을 닫는 순곱이네는 이른 퇴근 시간인 5시부터 손님들 발길이 이어진다. 주메뉴는 순대전골, 곱창전골, 순대곱창전골이다. 버섯은 각 전골에 공통으로 포함된다. 이 중 곱창전골이 신림점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은퇴한 사람들이 음식장사 쉽게 알고 덤볐다가 망해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음식장사는 기본적으로 서비스업이다. 소위 간 쓸개 다 빼놓고 장사해야 한다. 홀서빙을 알바생이나 직원들에게 맡기는 집과 사장이 직접하는 집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사장은 손님이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말 한마디를 해도 다를 수 밖에 없다. 가게 성패를 가르는 엄청난 차이다. 그가 직접 홀서빙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여파에 힘들지는 않을까? 최저임금이 8,500원까지 올라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단, 본인 일을 두 배로 늘린다는 전제다. 장사를 하면 그나마 밥 먹고 사는데 지장 없을 줄 알았는데 쉽지 않다. 이대로 가면 알바생 일자리만 없어진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대부분 알바생은 4대 보험가입을 꺼린다. 사업주는 4대 보험 안들면 정부의 일자리안정기금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런 모순이 없다고.

그는 한때 민주당에도 몸을 담았다. 제도에 불만이 많으면 정치를 바꿔보고 싶을 터. 미련이 남았는지 물었다. “통진당 사태 이후 민주당에 들어갔습니다. 민주당 역시 당내경선에서 유령당원을 동원한 부정경선이 판을 치고 있었습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당시 문재인 의원에게 항의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일개 지역위원회 당협위원장 일 뿐’이란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3개월 후, 문재인 의원은 당대표 자리에 올랐습니다. 유령당원 문제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정치에 환멸을 느꼈고 미련없이 떠났습니다”

그는 정치하기 전 의료기기를 납품하며 월 수입 3천만 원을 올리던 사업가였다. 지금은 순대곱창 팔아 월 매출 2천만 원 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순대곱창 팔고 있는 지금이 의료기기 납품 때보다 훨씬 행복하다. 의료업계 관행으로 굳어진 리베이트 때문이다. 의사들에게 주는 뒷 돈이 양심에 걸려 행복하지 않았다. 수입은 적지만 양심껏 버는 지금 일에 훨씬 더 보람을 느낀다. “내가 흘리는 땀 만큼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만족감이 늘면 좋겠습니다” 곱창전골 끓이는 그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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