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입증 못한 채 "TV조선 제재"... 논란 부른 방심위 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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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입증 못한 채 "TV조선 제재"... 논란 부른 방심위 심의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6.2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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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풍계리 취재비 요구' 보도, 법정제재 건의 의결
TV조선 "녹취록 공개" vs 與측 3명 "들을 필요없다"
野측 전광삼 위원 “언론 자유가 침해됐다” 퇴장
사진=TV조선 방송 화면 캡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1일 방송소위를 열고 TV조선이 지난 5월 19일 보도한 '北, 美언론에 핵실험장 취재비용 1인당 1만달러 요구' 보도에 대해 법정(法定)제재를 건의키로 의결했다. TV조선은 "녹취록을 듣고 오보여부를 판단해달라”며 녹취록 공개를 제안했지만 여권추천 위원 3명은 “들을 필요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의 핵심 증거인 녹취록을 듣지도 않고 제재 결정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 소위에는 여권추천 위원 3명(허미숙, 윤정주, 심영섭)과 야권추천 2명(전광삼, 박상수)이 참석했다. 이중 허미숙·윤정주 위원은 ‘경고’, 심영섭 위원은 '주의' 의견을 냈다. 전광삼·박상수 위원은 '문제 없음' 의견을 냈다. 결국 위원 3인의 다수 의견으로 제재 건의가 결정됐다. 최종 법정 제재 수위는 7월 초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확정된다.

이날 TV조선은 취재원 보호를 위해 보도하지 못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비(非)공개 의견진술'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비(非)공개 의견진술'이란 소위 위원들에게만 공개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번 기사가 오보인지 사실인지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지만 위원회가 거부함에 따라 묻혀 버리고 말았다. 

회의에서 방심위 위원들은 해당 보도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했다. 윤정주 위원이 "TV조선 취재원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하자, TV조선은 "녹취록을 보면 믿을 만한 사람이란 점을 알 수 있다"며 재차 녹취록 열람을 제안했다. 그러나 윤 위원은 "녹취록 주인공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들을 필요 없다"고 거부했다. 전광삼 위원이 "(취재원) 밝히길 원하느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하자, 윤 위원은 "그러면 (기사를) 쓰지 말아야죠"라고 했다. 박상수 위원은 "'국민의 알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것이고, 여기엔 취재원 보호도 포함된다"며 "기자들에게 '관계자' '소식통' 못 쓰게 하면 취재나 보도 못 한다"고 했다.

윤 위원은 “기사에서는 북한은 사증 명목으로 1만 달러를 요구했다고 했다. 북한이라고 한건 북한의 공식 기관이다. 의견진술서에서는 어디서든 북한의 공식적인 기관이라고 나오지 않았고 관계자라고 하고 있다. 당시에도 아무것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이렇게 밝힐 수 없는 건 그만 쓰시라고 당시(과거에도) 얘기했다”며 경고 의견을 냈다.

심영섭 위원은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는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방송의 책무성도 중요한 가치다. 이 리포트가 좋은 형식은 아닌 것 같다. 분명 북미 간에 비공식적인 수수료는 있다. 정확한 보도를 위해 많은 취재가 필요했을 거다. '주의' 의견 낸다"고 밝혔다.

전광삼 위원은 "기자들의 양심을 믿어야 된다. 그런 식으로 폄하하면 안 된다"며 "언론 자유가 침해됐다고 보고 더 이상 심의하지 않겠다"라고 항의하며 퇴장했다.

TV조선은 기사의 사실를 입증하기 위해 다양한 근거자료를 제시했다. 먼저 오보 주장의 근거가 된 CNN 기자의 설명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TV조선은 “‘추가 비용 요구를 받지 않았다’고 말해 오보 주장의 근거가 된 CNN 기자가 북 취재 후 TV조선 기자와 만나서는 ‘비용 문제는 담당하지 않아서 모른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앙일보도 자신들과 같은 취재원에게 내용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TV조선은 “중앙일보가 5월 21일 5면 톱기사로 '북, 풍계리에 전망대… 기자들 1만 달러씩 내라' 기사도 TV조선과 다른 취재원들로부터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이라며 ”방통심의위 사무처가 회의용으로 만든 자료에는 이 기사가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전광삼 위원도 "TV조선을 오보로 규정한 기사만 모아 제시한 이유가 뭐냐. 청와대 대변인이 오보라고 하면 오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소위가 오보와 사실을 따져보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TV조선은 오보’, ‘TV조선은 무조건 제재’라는 전략을 갖고 심의를 개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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