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갑질 판단, 법원서 받아라"... 하청에 소송 종용한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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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갑질 판단, 법원서 받아라"... 하청에 소송 종용한 공정위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8.08.20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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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롯데건설 하도급법 위반' 관련 공정위 심사녹취록 입수
롯데건설 하청사 '아하엠텍 민원', 심사 유보후 '민사' 유도
前 공정위 조사관 “심사보고서 기준으로 위법여부 판단이 상식”
법조계 "심판 의장의 소송 권유 이례적인 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과거 '롯데건설의 아하엠텍 하도급법 위반 사건'을 심판하면서 민원자인 아하엠텍에 민사 소송으로 갈 것을 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가 본 사건을 ‘심사절차종료’로 마무리시키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경제>는 ‘롯데건설(주)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을 심판한 ‘1·2차 공정위 심판실 회의록’을 단독 입수했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공정위 심판의장은 심판 과정에서 아하엠텍 안동권 대표에게 민사 소송을 지속적으로 종용하고 안 대표는 거부한 것으로 확인된다.

본 사건은 아하엠텍이 롯데건설로부터 하도급 갑질을 당했다며 공정위에 신고를 했고, 공정위는 자체 조사를 통해 롯데건설에 과징금 32억원, 공사대금 88억원을 아하엠텍에 돌려주라고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사건이다. 하지만 3차 심판 끝에 롯데건설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몇 년 후 '심사보고서'와 '회의록'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재심의로 이어질 지 주목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실의 ‘롯데건설(주)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 1, 2차 심판 회의록.

◇ 공정위 심판 의장, 아하엠텍에 수차례 민사소송 종용

1차 심판 회의록에 따르면 ‘롯데건설(주)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건’ 1차 심판은 지난 2011년 5월 20일 15시 공정위 심판정에서 열렸다.

당시 심판실 참석자는 의장 ‘장OO’, 위원 ‘김학현’, ‘최OO’, 롯데건설은 법무법인 바른의 ‘구상모’, ‘김OO’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나섰다. 아하엠텍에서는 ‘안동권’ 대표가 참석한다. 공정위 심사관으로는 ‘신OO’, ‘심OO’가 참석했다.

김학현 전 위원은 뇌물수수, 공직자윤리법 위반, 공직자 불법 재취업 혐의로 지난 달 30일 검찰에 구속됐다. 롯데건설 대리인 구상모 변호사 소속은 법무법인 ‘바른’이며,  당시 심판실 장OO 의장은 이 사건을 심판한 후 얼마 되지 않아 ‘바른’으로 이직한다.

회의록에 따르면 장 의장은 ‘하도금 대금 24억원 미지급’ 사안을 롯데건설 대리인 구 변호사와 이야기하면서 아하엠텍에 처음으로 민사를 유도한다.

장 의장: (하도급)대금 미지급 부분이 24억인가요. 그 부분은 피심인(롯데건설)이 안 준다는 이유가 하자담보이행에 대한 이행보증보험이 안 돼서 안 준다는 거예요?

구 변호사: 예, 그렇습니다.

장: 그렇다 하더라도 어차피 물품인도는 받았고, 인도받은 상태잖아요?

구: 예

장: 돌아가고 있잖아요?

구: 예 그렇습니다.

장: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언제까지예요?

구: 기간은 아직 종료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 그러면 이 부분이라도 미리 공탁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에요? 24억7600만원이네요?

구: 예. 그렇습니다.

장: 왜 이것을 공탁도 안 해요?

구: 위원님, 제가 알기로는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하자이행의무와 잔금지급의무는 동시이행 관계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동시이행 항변권을 행사 중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지급할 용의가 있습니다.

장: 소송, 쌍방간에 제기하고 있는 것 있습니까?

구: 저희가 먼저 제기할 수 할 수는 없는 입장이고, 저희가 피고가 될 수밖에 없는데, 아직 민사소송은 제기 안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 신고인측 나왔지요?

신고인 아하엠텍 대표 안동권: 예. 나왔습니다.

장: 이거 왜 소송제기를 안 해요? 지금까지.

안: 공정위 판결을 받고 나서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 아시다시피 이게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공정부분에 관한 것들, 그런 쟁점들이 많지 않습니까? 이 사건에. 그것은 알고 계시지요?

안: 예

장: 그렇다면 공정위도 공정위이지만 일단은 법원의 판단을 가급적 빨리 받아보는 게 제일 급선무 아니겠어요?

안: 사실 중소기업이 100억이 넘는 돈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민사소송을 할 여력이 없습니다. 솔직한 애기로. 어떻게 100억을 넘게, 1년을 넘게 100억을 안 받고 기업이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대기업도 힘든데, 중소기업이 어떻게 살아나겠습니까? 심판관님, 생각을 해 보십시오. 1년 6개월을 기다렸습니다. 제가. 해도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장 의장은 ‘플랫폼 래더’(높은 위치에서 작업하기 위해 필요한 플랫폼형 사다리 발판), ‘가설비계’ 공사금 지급 쟁점을 다투는 과정에서도 아하엠텍에 민사를 종용한다.

장: (플랫폼 래더, 가설비계)이게 지금 신고인(아하엠텍)과 피심인(롯데건설) 사이에서 신고인이 추가로 시공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액수를 가지고 다투는 거 아니에요? 정산문제 아니겠습니까?

구: 그렇습니다.

장: 정산문제인데, 그러려면 원칙적으로 신고인이 새롭게 창출한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그것을 감정을 해서, 그만큼을 피심인이 신고인에게 주는 게 맞는데, 현재 심사관이 상정한 사건에서 그 부분은 사실 공정위가 하기는 무리가 있고, 공정위가 제 3자한테 감정을 의뢰할 수도 없는 그런 노릇이잖아요? 그래서 아까 신고인한테도 그렇게 내가 얘기를 했던 것인데, 신고인(아하엠텍)은 지금이라도 빨리 이거 소송을 제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무슨 애기냐?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하루라도 빨리 확정을 시켜 주어야지, 서로 주고받을 돈이 더 명확하게 판가름이 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금 공정위로서도 위원회로서도 가능한 한 사실관계를 정밀하게 판단을 하고 확정할 수 있게 노력을 하겠습니다. 하겠는데, 과연 그게 가능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되겠고, 사실관계를 더 확인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사건은 심의속개를 해야 되겠습니다. 심사관측, 괜찮겠어요?

심사관 신OO: 예. 심의속개에 대해서는 충분한 심의를 위해서 속개하는 것은 저도 상관이 없는데, 다만 한 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게 가령 3억이 맞냐. 다른 업체에 맡겼으면 2억원에 할 수도 있고, 어떤 업체는 5억에 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그것은 모르는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 심사관에서 문제를 삼은 부분은 3억 4,600만원이라는 견적을 냈고, 거기에 대해서 아무런 말 없이 이대로 직업을 하라 라고 지시를 했다는 점에서, 우리가 이 부분은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라는 부분이지, 이 부분이 누가 와도 3억4,600만원이 맞다 이런 주장은 아닙니다.

심판실은 아하엠텍의 민사 권유, 롯데건설의 서류 보완 제출 등을 이유로 결론을 2차 심판으로 연기한다. 2차 심판은 2011년 8월 12일, 수십명의 공정위 연수생이 참관한 상태에서 진행된다. 2차 심판에서도 장 의장은 아하엠텍에 민사소송을 종용한다.

장: 신고인(아하엠텍 안동권)한테 묻겠습니다. 지금 피심인측(롯데건설)에서는 채무부존재확인청구 소송 제기했고, 소장은 송달 받았는가?

안: 저희는 아직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김: 저희가 수요일날 소장을 접수했기 때문에 아직 송달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장: 신고인측에서는 소송 제기 안하는가? 아직까지도 안했는가? 몇 달이 지났는데 지금까지도 안 했는가?

안: 아직 못하고 있습니다.

장 의장은 ‘도장공사’ 부당한 하도급 대급과 관련한 다툼에서도 아하엠텍에 민사소송을 다시 한 번 종용한다.

안: 도장 공사비는 그게, 도장 공사비가 가설비계는 도장공사비가 아닙니다. 페인트 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장: 지금 그 애기하는 것입니다.

안: 그래서 그 돈을 여기에 도장 공사에 그 돈이 다 포함이 되어 있기 때문에 원 계약서대로 해주면 저희들이 손실을 안 볼 수 있는데, 그 계약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지금 회사에 손실이 크게 오게 되는 것입니다.

장: 그러니깐 자꾸 소송 제기했느냐고 물어보는 이유가 뭐냐 하면 이렇게 당사자간에 줄 돈 나는 못 받았다, 줄 돈 다 주었다, 그리고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공정가지고 다투는 사건은 진즉에 소송을 제기하셨어야 하지 않은가. 법원에서 해결할 것이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해결할 것이 있는데 지금 대부분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해서 이런 기술적인 부분, 세부 디테일한 팩트 부분까지 다 확인해 달라, 증거조사까지 다 마쳐달라 라고 요청을 하시는 것이나 마찬가지 셈이 된 것입니다.

안: 저희의 짧은 식견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약서에 서명한 단가가 있기 때문에 계약단가는 조정하지 못하게 갑도 을도 그것을 준수해야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저는 그동안 공사를 해왔는데 그것이 갑이 임의적인 잣대로 계약단가가 바뀌어서는 저희가 뭘 듣고서 일을 하겠는지요? 해서 저희들은 이 계약서가 있기 때문에 일을 한 부분을 좀 참작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공정위 심사관, 롯데건설, 심판의장, 아하엠텍 안동권 대표는 각 위반 사안 여부를 치열하게 다투지만 장 의장은 공정위 역사상 유례없는 ‘일시적 판단 유보’라는 이유를 들어 2차 심판을 끝낸다. 그리고 3차 심판은 아하엠텍에게는 알리지 않고 비공개로 진행 한 후 롯데건설에게 사실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결을 내린다.

◇ 심판의장 "우린 판단 못해... 민사 가라", 아하엠텍 대표 "심의종결 노린 꼼수"

그렇다면 장 의장은 하도급법 위반을 심판하면서 왜 아하엠텍에 민사 소송 제기를 줄기차게 권했을까. 회의록에 따르면 장 의장은 ▲정확한 정산 ▲정확한 미지급 하도급 대금 회수 등을 이유로 민사를 권했다. 

반면 안 대표는 장 의장이 민사를 권한 이유는 ‘시간 끌기’와 ‘심의절차종료’를 노린 의도였다고 주장한다. 안 대표는 “공정위가 심사를 하는 도중 법원에 민사를 제기하면 공정위를 기만하는 행위다. 또한 공정위는 민원자가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에 사건 심사를 종료하게 된다. 이를 노린 시나리오였다”고 주장했다.

전문가와 법조계에서는 본 건의 민사 유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공정위 전 조사관 A씨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이렇게 심판이 진행된 사례가 없다. 심사보고서는 ‘공소장’과 같다. 민사와 공정위는 성격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심판실에서 과징금을 깎던지 그대로 매길 것인지 등을 판단하면 그만이다. 심판을 미루고 민사 소송을 권하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아하엠텍을 변호했던 고건호 변호사는 “민원자가 공정위 심판 중에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공정위 심판이 끝나고 죄의 확정을 토대로 민사를 진행한다. 당시 아하엠텍도 공정위에게 롯데건설에게 못 받은 돈을 받아 달라고 요구한 것이 아니라 법 위반 사실을 처벌해 달라는 것이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인 호율의 배선경 변호사는 “보통은 공정위에서 심판이 끝나고, 법 위반이 판단되면 그걸 가지고, 민사를 진행한다. 담당 변호사도 아니고, 공정위 심판실에서 판결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민사를 권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준선 교수는 “(앞뒤 상황을 살펴 봐야겠지만)공정위가 민사 소송을 권할 수는 있다. 단순히 결론을 내는것 외에 더 좋은 결과 도출을 위해 분쟁조정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한편, 본 사건과 관련한 공정위 입장을 듣기 위해 심판총괄담당실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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