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제로페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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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제로페이'인가?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8.12.0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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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상공인연합회 송년행사에 참석한 안충영-홍종학-최승재-김종인(왼쪽부터). 사진=이기륭 기자

지난 달 26일 금융당국은 자영업자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우대수수료율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카드수수료 인하방안을 발표했다. 정치권 역시 지난 6월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수수료 전혀 없는 제로페이를 공론화시켰다.

그러나 제로페이의 실용성·확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하다. 모두 4~5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결제의 불편함과 소비자가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는 유인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제로페이 구상은 이미 수년전부터 소상공업계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처음 구상 당시만 해도 소비자와 가맹점주가 50여개에 달하는 번거로운 결제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현재는 대폭 축소됐다. 하지만 여전히 신용카드 결재보다 번거롭기는 매 한가지이다.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유인책이 없다는 것도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40% 소득공제혜택을 내세웠지만 많게는 결재금액의 10%씩이나 캐쉬백·포인트 적립해주는 신용카드의 혜택을 상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로페이가 활성화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곳은 카드업계이다. 하지만 정작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박원순 시장이나 사용할 것이다’, ‘서울시 법인카드나 제로페이로 바꾸지 않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비싼 세금 들여 제로페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지만 세금낭비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맹점을 모집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뿐 아니다. 지난 4일 오후에는 중기부 홍종학 장관이 소상공인연합회의 최승재 회장과 40여분간 면담을 가졌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두고 당국에 반발하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 회장과 주무부서인 중기부장관의 관계는 상당히 껄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장관은 면담시간 내내 제로페이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 모집이 정책당국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제로페이 사업의 활성화는 소비자 동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큰 부담을 떠 안은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 주는 정책을 펴겠다는 데 이견을 달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만한 소비자 혜택과 홍보에 대해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영세 소상공인을 도와야 하니 제로페이 사용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비자들은 자선사업가나 복지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 없는 공무원들 일거리나 만들기 위한 제로페이 사업 열심히 하라고 해라” 제로페이 사업을 바라보는 한 소상공인 단체장의 비아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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