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자리 독려, 희망퇴직 압박... 정부 입김에 금융권 '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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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일자리 독려, 희망퇴직 압박... 정부 입김에 금융권 '곡소리'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8.12.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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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금융, 작년 530명보다 120명 많은 650여명 희망퇴직
정부가 쥐어짜는 카드업계 '울상', 증권·보험업계에도 '한파'

정부의 청년일자리 창출 압박으로 인해 금융권 전반에 희망퇴직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증권·보험업계는 물론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은행권 역시 정부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감원을 단행하는 모습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2~26일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는 10년 이상 근무자 가운데 만 40세 이상과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1962년생 직원이다. 신청자는 총 610명으로 조만간 최종 퇴직자가 확정된다. 농협은행 뿐만이 아니다. 농협금융지주,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에서도 40여명이 신청서를 냈다.

지난해 NH농협금융 계열사에서 직장을 떠난 직원은 530명이었지만 올해는 120여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NH농협금융 명예퇴직자는 직급이나 근무기간에 따라 약 1억5,000만원에서 3억원 수준의 퇴직금을 받게 된다. 프렌차이즈 음식점 하나 차리기도 버거운 금액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7월 근속기간 만 15년 이상인 만 40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을 단행했다. 당시 관리자급 27명, 책임자급 181명, 행원급 66명 등 총 274명이 짐을 쌌다.

2015년부터 임금피크제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온 KB국민은행은 올해도 희망퇴직을 진행할 방침이다. 올해 초에만 400명이 짐을 쌌다. 하지만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지난 6일 최종 결렬된 상황에서 해당 논의에 대한 진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가 내년 초로 미뤄질 가능성도 높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이례적으로 전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당시 희망퇴직자는 700명이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사측이 내년 초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추가 감원은 지주사 전환 이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SC제일은행은 노사 합의에 따라 명예퇴직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보험업계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KB증권은 12일까지 43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초 통합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이다. 신청 대상자는 1975년 이전 출생자다. 퇴직 절차는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KB손해보험도 LIG손해보험과 통합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기 위해 노조와 협의 중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0월 118명이 퇴직했다. 한화생명은 장기 근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상시 전직지원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다른 보험사들도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부담이 늘어나자 인건비 감축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쥐어짜고 있는 카드업계도 희망퇴직 후폭풍이 불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경영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창사 이후 처음이다. BCG는 현재 1,600여 명인 현대카드 임직원 중 400명을 줄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요구에 따라 내년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다른 카드사들도 감원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에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에 내부 직원을 포함한 많은 관계자들이 구조조정에 휘말릴까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희망퇴직을 독려하고 신규채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금융업계가 감원 칼바람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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