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勞組 총파업 강행... "고객 볼모로 못된 짓" 불만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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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勞組 총파업 강행... "고객 볼모로 못된 짓" 불만 폭주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1.08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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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업 강행에 멈춰선 600개 지점, 비대위 구성하고 본부 직원 파견
지점장 혼자 자리지키며 고군분투... 일부 고객 "이게 정상적인지 의문"
노조 측이 총파업에 돌입한 8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 투쟁과 관련한 현수막이 붙어 있다. ⓒ시장경제 DB

KB국민은행 노사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서 노조 측이 8일 오전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사(勞使)는 성과급 문제,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 호봉상한제를 주요 쟁점으로 놓고 전날 심야 협상을 시도했지만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측이 노조의 성과급 300% 지급 요구를 수용하면서 한때 협상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으나 다른 쟁점과 관련해 입장차가 컸다는 후문이다.

파업 참가 인원의 경우 노조 측은 1만여명, 사측은 5,000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 총파업에 따라 영업점 1,058곳 중 600여곳이 사실상 멈춰 서게 됐다. 고객 불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단 하루짜리 경고성 파업이다. 하지만 노조는 자신들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2차(1월 30~2월 1일), 3차(2월 26∼28일), 4차(3월 21∼22일), 5차(3월 27∼29일) 총파업에 나서겠다며 일정을 확정한 상태다. 또한 노조는 설 연휴와 3월 4일에 조합원 집단휴가를 독려 중이다.

#. "불편 끼쳐 죄송할 따름" 고개 숙인 국민은행

상당수 인원이 빠져나간 탓에 남은 직원들은 책상 앞 전화를 붙잡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노조 총파업이 시작되자 국민은행은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전국 영업점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영업점 일부에서 업무가 제한 될 수 있기 때문에 거점점포, 인터넷·모바일뱅킹, ATM 정상운영을 통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KB국민은행 본점 관계자는 "총파업으로 많은 고객들께 불편을 끼쳐 드려 죄송할 따름이며 일선 업무현장에 지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거점점포의 경우 영업점 규모와 고객의 접근 편의성을 고려해 총 411개점(서울 145개점, –수도권 126개점, –지방 140개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객장 혼잡이나 대기시간 증가에 대비해 본부 직원을 영업 현장에 파견해 원활한 업무처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스마트상담부 상담 인력을 확충하기도 했다.

주택구입자금대출, 전세자금대출, 수출입–기업 금융업무 등 영업점에서 일부 제한이 발생할 수 있는 업무는 거점 점포를 통해 처리 가능하다. KB스타뱅킹, 인터넷뱅킹, ATM 등의 비대면 채널은 파업과 무관하게 정상 운영되기 때문에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대부분의 금융서비스를 모바일이나 인터넷에서 이용할 수 있다.

8일 영업시간 중 발생하는 금융거래수수료는 전면 면제된다. 타행송금수수료와 같은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 창구 거래에서 발생하는 증명서발급수수료나 사고신고수수료 등 수신·여신 관련 수수료, 외화수표 매입 등 외환 관련 수수료가 이에 해당한다.

가계·기업여신의 기한연장–대출원리금 납부 등 이번 파업으로 인해 당일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업무는 연체 이자 없이 처리해 고객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  

#. "고객 볼모로 파업한다니 말이 되느냐" 불만 속출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열고 총파업을 공식화했다.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열 차례 넘는 교섭과 오늘 새벽까지도 사용자 측은 주요 안건에 별다른 입장 변화 없이 본인들의 입장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밤 강석곤 경영지원그룹 상무와 류제강 수석 부위원장이 교섭에 나섰지만 노조 측 입장이 강경한 탓에 허인 행장은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각 영업점들은 문을 열었지만 대응 인력이 부족한 탓에 창구 곳곳이 비어있었고, 고객들은 갈수록 밀려가는 업무 상황에 불만을 쏟아내며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서울의 일부 영업점은 직원 부족으로 인해 오전 시간 내 고객을 받지 못했다. 대기순번표 기계도 아예 꺼져 있는 곳도 있었다.

한 지점 관계자는 "남은 직원들이 분담해서 업무를 보고 있으나 파업 때문에 정상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지 몰라 고객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여력이 있는 다른 지점을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지점장 혼자 자리를 지키며 입출금 업무만 처리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이에 다른 업무를 봐야 하는 고객들은 거점점포를 찾기 위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고객들은 거센 불만을 토해냈다. 특히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한 노조에 대한 민심이 싸늘했다.

한 지점에 들렀다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지 못했다는 A(59·여)씨는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노조 파업 때문에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는데 과연 이게 정상적인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의도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B(65·남)씨는 지점을 나서면서 "오늘 처리할 일이 있어서 왔는데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다고 하니 화가나지 않겠느냐? 연봉 9,000만원을 받는다는 사람들이 돈을 더 달라면서 고객을 볼모로 못된 짓을 한다니 정말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답답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업계 리딩뱅크인 국민은행 고객 수는 3,11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성인의 상당수가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다. 2017년 기준 국민은행 직원 평균 연봉은 9,100만원으로 수준이다. 은행 경영진은 올해 닥쳐올 경기하강을 고려하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노조 측은 자신들의 요구를 고집하며 총파업을 결의했다. 국민은행이 개인 고객 중심으로 성장한 은행인 만큼 이번 파업은 그간 선후배들이 함께 일궈낸 리딩뱅크 위상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측은 이번 총파업과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절차에 이은 사후 조정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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