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갈등 커지자... 국민은행 勞組, '2차 파업' 강행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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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갈등 커지자... 국민은행 勞組, '2차 파업' 강행 조짐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1.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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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비판 여론 확산, 노조 내부서도 파업 명분 두고 갈등
꺼져가는 동력 되찾기 위해 꺼낸 강경책, 약(藥)인가 독(毒)인가
KB국민은행 노조가 지난 7일 오후 9시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파업 전야제 행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장경제 DB

KB국민은행 노조(勞組)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정을 신청하면서 주말 교섭기간 동안 유보했던 사측에 대한 고소·고발 작업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차 총파업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노조 내부 갈등까지 심화되자 꺼져가는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경책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은행 노조 측은 14일 오후 3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사후조정 신청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 관계자는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교섭에서 사측은 오히려 퇴보한 협상안을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은행 노조는 파업 참가자들의 근태를 기록하라고 지시한 사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고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찰 요구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조 측 관계자는 "사측이 사후조정 동의를 거부하거나 노조와의 교섭에 해태(懈怠)할 경우 2차 총파업을 포함한 대응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변했다.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사후조정 안건은 기본급 등급상한제(이하 페이밴드) 폐지, 임금피크제 유예, 여성 L0 직급의 연속 근무 인정, 저성과 점포장에 대한 배제 비율 축소, 기간제 근로자 정규직화 등 5개다. 사측과의 협상에서 단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기존의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이번에도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노사 갈등이 장기 파업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국민은행 노조는 집중교섭이 결렬되면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2차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은행업계에서는 1차 파업과 달리 2차 파업은 설 명절 직전이기 때문에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수요가 몰리는 설 연휴를 앞둔 시기에 2~3일간 파업이 지속될 경우 국민은행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일부 영업 손실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부담 강도는 노조 측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차 총파업을 전후로 국민들 사이에선 "노조가 고객을 볼모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파업 당시 비대면거래 확대로 예상보다 피해가 적었기 때문에 국민은행이 인력감축과 점포축소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만약 2차 파업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국민들의 비판은 또 다시 노조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커져가는 노조 내부 갈등도 2차 파업의 발목을 잡는다.

1차 총파업 직후 국민은행 사내 게시판에는 냉정하게 파업 명분을 따져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노조 내부서는 1차 파업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사측의 수정 제시안을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잇따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직 노조 간부 출신 인사는 이번 파업 사태를 분석하며 "이번 파업으로 이익을 본 사람들은 노조 집행부 뿐"이라고 했다. 내년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 3분의 2(노조 추산)를 동원했으니 정치적으로 성공했다는 지적이다.

'파업을 위한 파업' 비판에 조합원이 반쪽으로 쪼개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조가 꺼내든 강경책이 사측과의 협상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와는 달리 파업에 대한 피로감을 배가시키는 악수(惡手)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적 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인데 과연 국민은행 노조에게 명분이 남아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결과물 없는 협상이 길어질수록 조합원은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노조 존재의 이유를 따져묻는 고객이 늘어날텐데 적절한 합의 없이 마냥 고집만 부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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