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터넷銀 설명회 '흥행 부진'... 네이버 빠지고 참석자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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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터넷銀 설명회 '흥행 부진'... 네이버 빠지고 참석자 반토막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1.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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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북새통 이룬 첫 설명회와는 딴판, 씁쓸한 금융당국
現 정부 규제 강화에 경제위기 우려 증폭, 기업들은 검토만

금융당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참여가 예상됐던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줄줄이 전선에서 이탈했고, 인가에 관심을 보이는 업계 관계자도 2015년 첫 설명회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3일 서울 여의도동 금감원 본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를 개최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날 설명회에는 13곳의 핀테크기업을 비롯해 금융사 21곳, 일반기업 7곳, 비금융지주 5곳 등 55개 기업과 단체에서 120명이 참석을 신청했다.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가 열렸던 지난 2015년 7월 22일, 뜨거운 열기 속에서 행사장이 북새통을 이뤘던 것과 대조되는 장면이다.

당시 행사에는 애초 90여개사에서 250여명이 참가하겠다고 신청했지만 실제 참석 인원은 300명을 훌쩍 넘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다음카카오와 같은 굵직한 ICT 기업은 물론 금융지주를 필두로 한 은행·증권·보험사 등 주요 금융사, 컨설팅업체, 회계법인이 총출동했다. 금감원은 280석 규모인 강당 아래층이 모자라자 위층까지 문을 열어야만 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설명회에서 인가 심사 기준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금감원 측은 "2015년 예비인가 당시 평가 배점표의 틀을 가급적 유지하고 인터넷은행 신규 인가 추진 방안에 따라 주주 구성과 사업 계획의 혁신성·포용성·안정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일부 평가 항목의 배점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제3인터넷전문은행 최대어(最大魚)로 꼽혔던 네이버는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21일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NHN엔터도 인터넷은행에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5년 첫 인가에 참여한 이후 꾸준히 참여 의사를 보였던 인터파크는 지난주 돌연 입장을 바꾸고 불참을 선언했다. 인터파크는 지난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전력이 있기 때문에 올해 재도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금융권의 관심도 예전만 못하다. 주요 금융사 관계자들은 일단 제3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 참석하긴 했지만 실제 도전 여부에 대해선 상황을 지켜보며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현 정부의 규제가 워낙 심한데다 반(反)기업적 정책에 따른 경제위기 우려에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검토했던 회사들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예상치 못한 기업들의 출사표가 업계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교보생명, SBI홀딩스, 키움증권은 컨소시엄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생명은 2015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다. SBI저축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배경에는 일본 SBI홀딩스 기타오 요시타카(北尾吉孝) 회장과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사이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제3인터넷전문은행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온 키움증권이 가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교보생명은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어 사업영역 확장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금융위 측은 "아직 예비 인가 접수도 안한 상황에서 흥행 여부를 단정짓기는 어렵다"며 애써 표정관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금융당국은 그간 온라인 질의응답(Q&A) 페이지에 접수된 문의와 인가심사 설명회에서 수렴된 의견 등을 바탕으로 1월 말 평가 배점표를 발표하고, 2월 중 새로운 인가 메뉴얼을 게시할 계획이다. 이후 오는 3월 예비 인가 신청을 받아 5월쯤 1~2곳에 신규 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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