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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靑 자영업비서관의 도넘은 '소상공인 편가르기'

기사승인 2019.01.31  17: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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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태연 '제식구 감싸기' 도마위... '비이부주(比而不周)' 멀리해야

지난해 12월 20일, 인태연 청와대 비서관이 소상공인 공동브랜드 선포식에 참여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륭 기자

논어 ‘위정(爲政)’편 14장을 보면 다음과 같은 글귀가 나온다. ‘군자는 주이불비(周而不比)하고 소인은 비이부주(比而不周)한다’.

‘군자는 두루두루 통하되 패를 지어 견주지 않으며, 소인은 패거리를 지어 서로 견주되 두루두루 통하려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을 보며 떠오른 구절이다.

사람은 자연스레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친근감을 느끼고 빨리 가까워진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것은 결국 소인(小人)의 행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공자의 일갈(一喝)이다. 이 글귀는 사회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식구 감싸기’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도 읽힌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통령 신년회에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경제단체장이 아닌 ‘특별초청 참석자’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한다. 이날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할 때도 최 회장은 경제계 인사들과 촬영하지 못했다.

반면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나란히 뒷줄에 자리 잡고 대통령과 사진 촬영을 했다. 그는 한상총련 초대 회장인 인태연 비서관이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2대 회장을 맡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문성현, 이하 경사노위)는 지난 15일 ‘사회적 계층 위원회’중 하나인 소상공인위원회 구성을 위한 비공개간담회를 진행했다. 경사노위가 이 날 회의를 위한 준비한 초안에는 한상총련 소속 (사)한국마트협회(마트협회)와 편의점네트워크 등이 포함됐다.

전통시장 상인을 대표해 회의에 참석했던 전국상인연합회(전상연) 사무총장은 구성원이 잘못됐다며 크게 반발했다. 전통시장 상권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집단이 한국마트협회 회원사들이며 수천억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기업이 다수라는 것이 반발의 이유다. 마트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업계 상위 4개사 연간 매출 합계액은 2조원 규모에 이른다.

마트협회는 지난 해 1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카드수수료 인하를 주제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하며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로 시작하는 투쟁결의문을 낭독해 영세상인과 소상공인들의 격렬한 반발을 초래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영세·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들은 “관제 데모를 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와 함께 이른바 ‘을’을 대표하는 법정단체 가운데 한 곳이다. 산하 직능단체만 수십 곳에 이르며, 전국 시군구별로 지부, 지회가 설립돼 있다.

국내 전통시장 상인, 영세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 단체의 수장이 경제단체장이 아닌 특별초청 대상자로 대통령 주최 경제인 행사에 참석을 하고, 정부가 각별한 공을 들이는 경사노위에서 들러리 취급을 받는 현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소상공인연합회가 홀대를 받는 사이, 임의단체인 한상총련 초대 대표가 청와대에 입성하고 그 후임 대표가 대통령 주최 신년행사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는 사실도 꺼림칙하다.

인태연 비서관의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은 더 있다. 인태연 비서관은 지난 해 말 유통산업과 관련한 연구용역 발주를 위해 A교수와 한상총련, 중기부 및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A교수는 간담회가 끝난 뒤 “돈 몇 푼 주며 지식인에게 양심까지 팔라고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함께 참석한 중기부 관계자 입에서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나왔다는 전언이다. 참석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날 인태연 비서관이 연구용역의 주제 및 내용과 관련해 ‘한상총련이 원하는 방향으로 작성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뿐 아니다. 중기부가 지난달 '중소·소상공인 공정경제추진단'을 꾸렸을 때도 소상공인연합회를 제외하고 (사)유통상인연합회와 마트협회 소속 임원을 포함시켰다. 두 단체는 한상총련 소속이다.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중기부는 이달 16일 소상공인연합회 측에 추진단 참여 인사 추천을 요청했다.

기자가 인태연 비서관의 모습을 보면서 ‘비이부주(比而不周)’라는 경구를 떠올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 청와대에는 각 비서관실마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이란 사자성어가 적힌 편액이 걸렸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하라’는 뜻을 지닌 이 말은 노영민 비서실장이 취임하면서 한 말이기도 한다. 부디 그 뜻을 헤아려 ‘비이부주(比而不周)’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김흥수 기자 hskim@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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