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테라급' 스마트폰 시대 개막... 5기가 동영상 5초 만에 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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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테라급' 스마트폰 시대 개막... 5기가 동영상 5초 만에 전송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1.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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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프리미엄 노트북 수준 ‘1TB 용량’ 모바일 스토리지 본격 양산 
스마트폰 갤럭시S10 탑재 유력...테이터 처리 및 전송 속도 획기적 개선
삼성전자가 올해 1월말부터 양산을 시작한 1테라바이트(TB)급 모바일 메모리 ‘1TB eUFS 2.1’ 칩. 이 모델은 회사가 경기 평택라인에서 제조하는 512Gb(기가비트)급 5세대 V(3D)낸드 플레시메모리를 기반으로 한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올해 1월말부터 양산을 시작한 1테라바이트(TB)급 모바일 메모리 ‘1TB eUFS 2.1’ 칩. 이 모델은 회사가 경기 평택라인에서 제조하는 512Gb(기가비트)급 5세대 V(3D)낸드 플레시메모리를 기반으로 한다. 사진=삼성전자.

2000년대 후반 이후, 폭발적인 기술 발전과 함께 사실상 미니 태블릿PC 수준에 근접한 스마트폰이 이제는 ‘프리미엄 노트북’ 단계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30일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저장용량에 혁명을 가져올 테라바이트(TB) 모바일 메모리(eUFS, embedded Universal Flash Storage) 양산 계획을 밝혔다.

‘eUFS’를 우리말로 풀어쓰면 ‘내장형 범용 플래시메모리 저장장치’라고 할 수 있다.

테라바이트급 eUFS 본격 양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브랜드를 비롯한 스마트폰의 성능이 노트북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다.

새로 양산에 들어가는 모델의 정식 명칭은 ‘1TB eUFS 2.1’.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메모리 용량이 1테라에 달한다.

현존하는 스마트폰 스로리지 최대 용량은 512Gb다. 갤럭시와 애플을 비롯한 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고가 프리미엄 모델의 스토리지 용량은  대부분 512Gb 수준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날 발표를 통해 테라바이트급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최초의 테라급 스마트폰 타이틀은 다음 달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언팩 행사를 통해 모습을 드러낼 갤럭시S10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10과 동시에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세계 최초 인폴딩 방식 폴더블폰과 상반기 출시가 유력한 갤럭시5G 폰에도 새 스토리지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스토리지 용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데이터를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데이터 저장능력이 늘었다는 것 못지않게 의미 있는 것은 데이터를 입력하고 출력하는 처리속도와 전력소모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는 데 있다.

'1TB eUFS'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면, 소비자들은 마이크로SD와 같은 별도의 메모리장치를 구매할 필요 없이, 프리미엄 노트북 수준의 스토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

1TB는 10분 분량의 4K급 UHD(3840x2160) 영상을 260개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데이터 처리 속도에서도 SATA방식의 SSD나 마이크로SD와 크게 차이가 난다.

'1TB eUFS'의 임의 읽기(출력)·쓰기(입력) 속도는 기존 512GB eUFS 보다 최대 38% 빠르며, SATA SSD 대비 ‘연속 읽기’ 속도는 약 2배 빠른 초당 1,000메가바이트(MB/s)다. 휴대폰 보조저장장치로 쓰이는 마이크로SD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속도가 빠르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5GB 용량의 FHD급 동영상을 NVMe 방식의 SSD로 전송할 때 5초면 충분하다.

‘임의 쓰기’의 경우,'1TB eUFS'의 성능은 더 도드라진다. 마이크로SD카드와 비교할 때 임의 쓰기 속도는 무려 500배나 빠르다.

eUFS가 테라바이트급에 진입한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다.

DSLR과 MP3, 모바일 게임기, 동영상 플레이어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제조사들은 고집적-대용량 메모리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수준의 화질과 그래픽 성능을 당연하게 여기는 소비자 트랜드까지 겹치면서 스마트폰은 점점 더 고사양 기술을 채택했다.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 렌즈가 듀얼과 트리플을 넘어 쿼드에 이른 것이 대표적 사례다.

화려한 그래픽을 바탕으로 한 모바일 게임 시장의 급속한 팽창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경쟁에 기름을 부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조만간 테라급 eUFS가 나올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다만 그 시점에 있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삼성전자의 테라급 eUFS 양산 소식은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대형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침체된 스마트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외 협력업체에도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달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1TB eUFS 2.1’ 모델은 회사가 경기 평택라인에서 제조하는 512Gb(기가비트)급 5세대 V(3D)낸드 플레시메모리를 기반으로 한다.

회사는 이날 “'1TB eUFS'는 업계 최고 속도의 5세대 512Gb V낸드를 16단 적층하고, 고성능 컨트롤러를 탑재해 기존 제품과 동일한 크기에서 2배 많은 용량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이날 발표가 놀라운 것은 낸드플래시 발전 흐름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10일 256Gb급 5세대 V낸드를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이 사실을 기준으로 하면 회사는 불과 6개월 만에 V낸드 업그레이드를 달성한 셈이다. 지난해 256Gb 5세대 V낸드 양산 소식을 전할 때도 수식어는 ‘세계 최초’였다.

5세대 낸드는 평면 플레시메모리를 96단 쌓아 올린 뒤, 1층부터 96층까지 머리카락보다도 얇은 초미세 홀(구멍)을 한 번에 뚫는 고난이도 기술을 요구한다. 이렇게 형성된 구멍마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850억개가 넘는 셀간 간섭현상을 줄여 회로의 오동작을 막는 제어기술이 필요하다. 쌓아 올리는 단의 수가 커질수록 늘어나는 부피를 줄이는 것도 관건이다.

삼성전자가 128Gb 1세대(24단) V낸드 양산을 시작한 것은 2013년 8월이다. 이후 2세대(32단) 낸드는 2014년 4월, 3세대(48단) 256Gb V낸드 양산은 2015년 8월 각각 시작했다. 4세대(64단) 양산 시점은 2016년 12월이었다. 2017년을 빼고 삼성전자는 거의 매해 V낸드의 세대 수를 경신하는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회사는 V낸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5년 1월 모바일용 ‘128GB eUFS 2.0’ 양산에 착수했다. 이후 2016년 2월 ‘256GB eUFS 2.0’, 2017년 11월 ‘512GB eUFS 2.1’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최철 부사장은 “1TB eUFS는 차세대 모바일기기에서 프리미엄 노트북 수준의 사용자 편의성을 구현하는 차별화된 메모리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최 부사장은 “1TB eUFS의 안정적인 공급 체제 구축으로 글로벌 모바일 업체들이 차세대 모델을 적기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경기 평택라인에서 5세대 V낸드를 주력 제품으로 양산하는 한편, 512Gb V낸드의 생산 비중을 빠르게 높여나갈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eUFS 및 SSD 시장에서 1TB 이상 초고용량 메모리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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