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지연은 정부가, 손해는 건설사가?... 불합리 갑질액 1.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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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지연은 정부가, 손해는 건설사가?... 불합리 갑질액 1.2조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1.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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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16개 단체 ‘지하철 7호선 공기연장 간접비 소송 대법원 파기환송 탄원서’제출
“발주기관들, 계약 연장 대신 계약 횟수 늘리는 꼼수로 부당이익”
사진=픽사베이

건설업계가 공사지연은 정부가 하고, 공사비는 건설사가 지불하는 그동안의 갑질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대한건설협회(회장 유주현)를 비롯한 건설관련 16개 단체(이하 건설업계)는‘지하철 7호선 공기연장 간접비 소송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에 따른 건설업계 탄원’을 지난 29일 국회, 정부 및 각 정당에 제출했다고 30일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30일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간접비 청구소송에서 건설업체가 승소한 하급심을 뒤집고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소수 의원들을 주축으로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상에서 발주자의 공사지연, 그리고 건설사 공사금 지불을 정당화하는 움직임이 강해지자 건설업계는 탄원선 제출이라는 카드를 꺼내게 됐다.

건설업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가계약법령상 장기계속공사의 ‘총공사기간’과 관련한 규정이 미비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탄원서 명분을 밝혔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장기공사는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계약을 이행토록 돼 있다. 즉, 공사 발주기관 사유로 공사가 지연되면 ‘예산안에서 돈을 줘라’라고 돼 있어 건설사들은 공사 지연으로 발생한 추가 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5년짜리 공사면 ‘5년 계약’으로 맺는 것이 아니라 5년은 5회로 쪼개 계약을 맺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 변경, 민원 등으로 인한 ‘회계연도 예산 삭감’ 리스크은 건설사가 고대로 떠앉아야 하는 상황이다.

표=대한건설협회

탄원서에는 발주기관의 대표적인 불공정 갑질 관행으로 시공사의 책임없는 사유로 인한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미지급 개선을 지적하고 있다. 건협에 따르면 현재 간접비 미지급 계류 중 소송가액만 1조2천억원에 달한다.

발주기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당이익 꼼수는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횟수를 늘리는 방식이다. 연장 대신 계약 횟수를 늘리는 편법을 쓸 경우 진행 중인 장기계속공사 현장에서 공기연장 간접비 청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진다.

건협은 “발주자의 우월적 지위 때문에 현실적으로 전체공사 준공 전에는 간접비 청구가 어려운 건설현장의 애로가 고려되지 않았다”며 “국가의 귀책사유에 따른 공기연장으로 발생한 관리비용을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하게 전가하는 불공정행위를 용인하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탄원서 전문

우리 건설산업은 해방 이후 도로, 철도, 공항, 발전소 등 국가 기반시설 건설을 통해“한강의 기적”의 물적 토대를 마련하였고, 국민 주거수준 향상을 위한 정부의 주택 공급 시책에도 적극 협조하여 국민의 삶의 질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건설산업은 위기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SOC 예산 축소와 주택시장 규제 등으로 사업 물량은 격감하고 있으며, 공사비 산정기준은 지속 하락되어 수익성이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에 처한 우리 건설산업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발주기관의 심각한 불공정 갑질 관행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시공사의 귀책사유 없이 공사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시공사가 공사현장의 유지·관리를 위해 추가로 지출한 비용(간접비)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이며, 최근 조사에 따르면 공기연장 간접비 청구 소송가액만 1조 2천억원에 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와 관련, 최근 대법원(2018.10.30)이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간접비 청구소송에서 건설업체가 승소한 1, 2심을 뒤집고 파기환송 판결을 내려 건설업계는 큰 충격과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장기계속공사는“연차별계약”만 유효하고, 부기사항인“총공사기간”은 잠정적 기준에 불과하여 구속력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연차별 계약 연장이 아닌 총공사기간의 연장에 따른 간접비 청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국가계약법령상 장기계속공사 관련 규정이 미비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뿌리 깊은 갑을관계로 인하여 전체공사 준공 전에는 간접비 청구가 어려운 건설현장의 애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로 인하여 공기연장 간접비 수령 여부에 회사의 존폐가 달린 상당수 지역·중소건설업체들은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하게 되며, 이에 영세 협력사와 자재·장비업자의 연쇄부도 및 임금체불이 우려됩니다.

일례로, 11.22 청와대「국민청원」에 올라온 지방 중소건설업체의 청원을 보면, 동 업체는 매출액이 연 20억원인 회사로서 이번 판결로 11억원의 간접비를 받지 못해 회사가 폐업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장기계속공사에서 연차별 예산배정 부족, 민원발생 등으로 공기가 두 배 느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거제시의 한 우회도로공사는 공기가 5년에서 12년 3개월로 2.5배 증가하였습니다.

이에 불구, 이번 판결로 현재 진행 중인 장기계속공사 현장에서 공기연장 간접비 청구가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장기계속공사의 전체공사 기간이 아무리 지연되어도 발주기관은 연차별 계약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연차별 계약의 횟수를 늘리는 등의 편법으로 간접비 부담을 건설업체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현 정부의 대선공약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지급방안 개선”추진과 핵심 정책방향인 공정경제”기조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국가의 귀책사유에 따른 공기연장으로 발생한 관리비용을 계약상대자에게 부당하게 전가하는 비상식적 갑질을 용인하는 결과를 야기합니다.

이에, 우리 건설업계는 아래와 같이 긴급 탄원드리오니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적극 검토하여 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 탄 원 -

○ 계약상대자의 책임없는 사유로 장기계속계약의“총계약기간”이 변경되면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국가계약법령 등 관련법령을 정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현재 진행 중인 장기계속공사 현장에서 공기연장 간접비 청구와 지급을 회피하는 발주기관의 각종 불공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지침을 조속 시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우리 건설업계는 시설물의 품질의 향상을 통한 국민 생활복지 제고 및 양질의 고용창출을 위하여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소속 16개 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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