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광주형 일자리 참여로 ‘경(輕)SUV’ 시장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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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광주형 일자리 참여로 ‘경(輕)SUV’ 시장 선점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1.3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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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 풀라인업 구축 기대감...신설법인 통해 2021년부터 ‘경SUV’ 판매 목표 
경영권 행사 않는 지분 투자자로 참여...약 530억원 신규 출자, 지분 19% 
경차SUV 개발해 신설법인에 생산 위탁...국내 판매는 현대차가 대행
사진=시장경제DB

현대자동차가 광주시 주도로 추진되는 신규 자동차 생산 합작법인에 주주 일원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신설 합작법인에 대한 현대차의 투자금액은 약 530억원으로 투자가 마무리되면 현대차는 새 법인의 지분 19%를 취득한다. 새 법인의 1대 주주는 광주시로, 투자금액은 590억원이며 예상 지분 비율은 21%이다.

현대차는 30일, 장기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제조업과 호남 지역경제를 살리고, 경차 시장의 경쟁력 부활을 위해 신설법인 투자를 전격 결정했다. 현대차는 앞으로 경차급 SUV를 새로 개발한 뒤, 신설법인에 생산을 맡길 계획이다. 신설법인이 제조한 경차 SUV의 국내 판매 역시 현대차가 전담하는 구조다.

현대차는 31일 광주시가 제시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 투자 협약’ 최종안에 합의하고, 광주시와 1차 투자협약을 맺었다. 최종안은 이날 오전 광주시 노사민정 협의회에서 공동결의한 ‘노사상생발전 협정서’ 및 ‘적정임금 관련 부속 협정서’를 토대로 마련됐다.

광주시는 향후 전체 투자자 모집이 완료되는 시점에 현대차를 포함한 모든 주주가 참여하는 본 투자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현대차 등의 투자는 신설법인 설립 시점에 맞춰 이뤄진다.

광주시가 제시하고 현대차가 첫 투자자로서 합의한 투자 협약에 따르면, 신설법인은 자본금 약 2800억원 등 총 7000억원 규모로 설립된다.

광주시는 자본금의 21%에 해당하는 약 590억원을 우선 출자하며, 현대차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지분 투자자의 자격으로 약 530억원을 출자한다. 나머지 자본금 약 1,680억원은 광주시가 지역사회와 기업, 금융기관 등의 투자유치를 통해 조성할 예정이다.

신설법인의 완성차 위탁생산공장은 광주 빛그린산단 내 약 62만8099㎡ 부지에 10만대 규모로 건설되며, 광주시의 투자유치 계획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2021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다.

현대차는 경영권 없는 비(非)지배 투자자로 참여하며, 투자자의 일원으로 경차급 SUV를 신규 개발해 신설법인 생산공장에 생산을 위탁하고, 완성차를 공급받기로 했다. 신설법인은 이를 기반으로 향후 국내외 완성차 기업들의 차량을 위탁 생산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유지·강화한다는 복안이다.

신설법인 전체 근로자 평균 초임연봉은 3,500만원 수준(주 44시간 근무 기준)이지만, 광주시의 공동복지 프로그램 및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정부지원까지 포함하면 실질 소득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빛그린 산단 투자 기업 직원들을 위해 행복주택 및 공공임대주택, 직장어린이집, 운동시설 등 주거·교육·의료·문화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신설법인은 노사로 구성된 ‘상생노사발전협의회(이하 상생협의회)’에서 제반 근무 환경 및 조건에 대해 상호 성실히 협의하고,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신설법인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 35만대 달성 시’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신설법인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실제 투자 규모 대비 10% 보조금, 취득세 75% 감면, 재산세 5년간 75% 감면 등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현대차는 신설법인 투자에 대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진출하지 못한 경차 시장 공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봉 3,500만원(전체 근로자 평균 초임 연봉, 주 44시간 근무기준)의 적정임금과 노사상생 생산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광주시 주도 완성차 사업에 참여할 경우, 경쟁력 있는 경차의 국내 생산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국내 경차 시장은 16만대 규모로 전체 산업 수요의 약 9%(지난 5년 평균)를 차지하는 중요 시장이다. 2012년에는 연간 2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내수 시장 점유율을 13%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지난 2002년 경차 아토스가 단종된 이후 국내 경차시장에 신차를 출시하지 못했다. 경차 가격 대비 국내 생산 비용이 지나치기 높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국내 산업 수요의 한 축을 담당한 경차 시장을 포기하면서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대 초반 50%에 육박하던 현대차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15년 39%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30%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2016년 37.6%, 2017년 38.4%, 2018년 39.8%로 좀처럼 40%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 현장에서는 점유율 회복을 위해 경차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인건비를 비롯한 생산 비용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해 고민을 거듭해 왔다.

현재 국내 경차 시장은 기아차, 한국GM이 양분하고 있다. 2017년에는 기아차가 모닝, 레이를 통해 9만959대, 한국GM 스파크가 4만7245대 등 13만8895대를 판매했으며, 지난해에는 기아차 8만6063대, 한국GM 3만9868대 등 12만7429대가 판매됐다.

최근 국내를 포함 전 세계적인 SUV 인기로 인해 승용차 위주의 경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신차를 통해 ‘경SUV’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차 시장 외연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수요가 증가하는 SUV로 신차를 개발해 승용차 중심 경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차 수요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국내 SUV 시장(수입차 제외)은 2012년 25만6923대에서 2018년 51만9886대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전체 산업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2%에서 33.5%로 증가하는 등 SUV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판매를 시작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에 이어 2021년 하반기 ‘경SUV’까지 출시해 경형에서 대형에 이르는 SUV 풀라인업을 구축, 다양한 SUV에 대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고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국내 점유율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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