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5조5500억 풀렸지만... 중소기업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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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두고 5조5500억 풀렸지만... 중소기업은 웁니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2.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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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절반만 설 상여금 지급
"최저임금 인상에 자금난 악화"
설 명절을 앞두고 한국은행에 쌓여 있는 뭉칫돈. 이 돈은 중소기업의 것이 아니었다. ⓒ시장경제 DB

설 연휴를 앞두고 5조5,500억원의 화폐가 시중에 풀렸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다른 세상의 일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여파에 몸살을 앓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추운 명절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1일부터 열흘 동안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가 5조5,472억원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56억원(5%)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는 6조303억원, 한국은행 금고로 돌아온 화폐는 4,841억원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화폐 발행액은 1,101억원(1.9%) 늘고 환수액은 1,555억원(24.4%) 줄었다.

시중에 수조원의 돈이 떠돌고 있지만 이는 중소기업의 것이 아니었다.

중소기업 절반은 자금난 탓에 설 명절 상여금도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중소기업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85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0.8%가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47.8%)보다 3%p 늘어난 수치다. 자금 사정이 원활하다고 답한 곳은 9.5%에 불과했다.

자금사정이 곤란한 원인은 '인건비 상승'이 56.3%로 가장 많았다. 최근 2년간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한 최저임금 후폭풍을 중소기업들이 정면으로 맞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문 닫을 처지에 놓인 중소기업들은 설 상여금을 지급할 여력조차 없다. 이번 조사에서 설 상여금 지급계획이 있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지난해보다 4.2%p 줄어든 51.9%에 불과했다. 상여금 확대지급 계획을 밝힌 업체는 1.2% 뿐이었다. 9.7%는 상여금을 축소 지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업들은 설 자금 확보 방안으로 결제연기(51.1%)와 납품대금 조기회수(38.9%)를 꼽았다. 자금 부족이 거래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과 같은 노동환경 변화가 우리에게 큰 도전과 시련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문제 조치를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중소기업들의 고통은 안중에 없는 듯 "최저임금 인상 덕분에 소비가 늘어났다"는 황당한 주장만 늘어놓으며 귀를 닫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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