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삼송신원마을 3단지 '방수·물탱크' 무면허 공사" 셀프 폭로
상태바
"LH 삼송신원마을 3단지 '방수·물탱크' 무면허 공사" 셀프 폭로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9.02.15 1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H 무면허 공사 논란①] "나를 벌하라" 하청사장의 셀프폭로
광석건설 대표 "공사비 안 준다는 한진중공업 협박에 시공"
"저수조 날림공사라 걱정, 전문가 점검 필요.. 죄 달게 받겠다”
무면허 공사 자진 신고하자... LH, "등록관청·경찰에 신고해라"
▲ 광석건설 문상만 대표가 무면허 공사를 했다고 폭로한 ‘LH고양삼송 3단지 신원마을’. 사진=시장경제DB

“이 벽 마감을 다 제가 했어요. 원래는 하면 안되죠. (건설)면허가 없으니까요. 불법인 거 알았죠. 그래도 하라면 해야 해요. 그들(한진중공업)은 갑이고, 우리는 을인데, 어떻게 안합니까. 공사비 안주고, 회사 손실나게 할텐데...” - 광석건설 문상만 대표

지난해 12월 20일 철근콘크리트 전문기업인 광석건설 문상만 대표를 ‘LH 고양삼송 3단지신원마을(휴먼시아)’에서 만났다. 문 대표에 따르면 이곳은 한진중공업이 광석건설에게 무면허 공사를 지시한 첫 현장이다. 

문 대표는 한진중공업이 5개 공사현장에서 300건이 넘는 위법행위를 지시했고, 이로 인해 50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어 회사를 폐업하게 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문 대표는 이런 내용을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신고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심의 결과 혐의가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문 대표는 "갑질 증거가 명확함에도 무혐의 처리가 나온 것은 ‘전형적인 대기업 봐주기 수사’다. 억울함을 풀고자 본인이 저지른 무면허 공사와 한진중공업의 위법 사항 지시사실, LH의 봐주기 감독을 동반 폭로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 대표의 설명을 기준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면 이렇다.

한진중공업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간 전국 5곳의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하면서 광석건설에게 철근콘크리트 하도급을 맡겼다. 이 가운데 첫 공사 현장이 ‘고양삼송 A-3블럭 아파트건설공사 2공구’였다. 그곳이 바로 ‘LH고양삼송3단지 신원마을’이다.

이곳은 국민임대 아파트로 8개동 800여 가구로 이뤄져 있다. 문 대표는 한진중공업이 자신에게 면허가 없는 미장, 방수, 단열, 토목공사를 계약에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무면허 하도급 계약이 버젓이 계약서에 포함돼 있는데, LH에서 기초적인 관리감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의 그의 주장이다.

광석건설 문 대표는 동 하나하나를 설명하며 한진중공업의 지시에 의해 무면허 공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시장경제DB

문 대표는 무면허 공사를 지시한 내역을 서류로 준비해왔고, 현장에서 일일이 무면허 공사 내역을 폭로했다.

문 대표에 따르면 무면허 공사는 아파트 내외부분 등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 내부는 물론 지하주차장, 판매시설까지 모두 면허 없이 미장·방수 공사를 했다. 아파트 옥상 단열공사도 한진중공업의 지시에 의해 무면허로 공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무면허 공사를 내가 하긴 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전문가들을 데리고 와서 특별한 문제는 없을 거에요. 다만, 공사 진행 방식은 한진이 지시한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무면허 시킬 때 하지 말고 손을 뗐어야 했는데 후회스럽네요”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표는 이 아파트 단지 저수조(물탱크)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저수조는 토목(건설사들)이 하는 공사다. 한진이 이것도 나한테 지시했다. 너무 큰 불법이라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일방적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어쩔 수 없이 하긴 했는데, 좀 이상하게 지시했다. 저수조 공사는 기초치고, 옹벽을 한 번에 쳐서 올려야 하는데, 중간에 한번 끊어서 공사하라고 지시했다. 이건 완전 날림공사다. 끊어서 공사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서 확인하면 알 수 있다.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전문가)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광석건설 문 대표는 토목건설사업자들만 할 수 있는 저수조(물탱크) 공사도 한진중공업이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문 대표는 아치 모양의 구조 밑에 저수조를 건설했다고 밝혔다. 사진=시장경제DB

무면허 공사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건설법에서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95조의2(벌칙)에 따르면 건설업을 등록하지 않고 건설업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렇다면 무면허 공사로 인한 주민 피해는 없었을까.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문래 씨(가명, 59)는 “아파트가 준공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곳저곳에서 물이 새거나 결로가 심하다는 말이 주민들 사이에서 돌긴 했다”고 밝혔다.

이곳의 하자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LH는 최소 3년 이상 반복적으로 하자가 발생한 단지가 경기·인천 지역에만 20여개에 달해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중 한 곳이 ‘LH고양삼송3단지’ 이다.

LH가 2015년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황영철 의원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임대아파트 하자 현황’에 따르면 LH 임대아파트 하자 건수는 2015년 7월 현재 379건으로 나타났다. 하자 종류별로는 스프링클러 누수가 292건으로 가장 많았고 누수 68건, 결로 12건, 균열 7건 등이다.

광석건설의 무면허 공사가 하자로 연결됐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문 대표는 LH에서 발주한 공사에서 ‘무면허 공사’가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LH에 제보했지만 무성의한 답변만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지난해 한진중공업 갑질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무면허 공사를 했다고 자진 신고했는데, 국토부나 경찰에 신고하라고 답변이 왔고 그게 끝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LH가 광석건설에 보낸 민원 답변서를 보면 ‘무면허 하도급 여부 및 관리감독 소홀에 대하여는 해당 증빙자료가 있는 경우 한진중공업의 건설업 등록관청으로 행정처분 요청 및 건설현장 소재지 관할 경찰서로 고발 등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시기 바랍니다’라고만 적혀 있었다. '어떻게 처리하겠다', '관련 자료를 송부해달라'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찾을 수 없었다.

끝으로 문 대표는 “내가 피해자라고 옹호해 달라는 게 아니다. 무면허 공사를 했기 때문에 나도 나쁜 사람이다. 나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나에게 갑질을 해 어쩔 수 없이 공사를 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무면허 공사의 죄는 달게 받겠다. 한진중공업과 LH는 정말 나보다 나쁜 사람들이다. 그들은 수백가지의 갑질을 일삼았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잘 나가던 우리 회사는 문을 닫게 됐다. 그들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한다”고 폭로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진중공업은 "광석건설 논란은 공정위에서 무혐의로 결론이 난 사안이다. 무면허 공사건도 같은 맥락으로 우리가 볼 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LH는 지난 12월부터 수차례 각종 무면허 공사 의혹과 관련한 해명을 요청했지만 이렇다할 답변이 없고, 홍보팀과 담당부서에서 답변을 서로 미루고 있는 상태다. LH홍보팀 A과장은 지난 1월 22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보니 LH 건설관리처 B과장이 답변을 주기로 했다. 우리는 (답변이) 전달된 줄 알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12일 LH 건설관리처 B과장은 "자신이 무면허 공사 관리감독건을 해명하기로 (홍보팀으로부터) 전달받은 적은 없다"며 "답변을 정리해 이미 홍보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