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 깡·홍보비 뻥튀기... 줄줄 새는 '전통시장 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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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깡·홍보비 뻥튀기... 줄줄 새는 '전통시장 지원금'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9.03.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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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지원금이 샌다①] 전통시장 상인회 쌈짓돈으로 전락
지난 달 상인회장 음독자살 시도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전통시장. 사진=네이버로드뷰 캡처

지난 달 17일 서울 소재 전통시장의 상인회장인 A씨가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A씨의 음독이유는 정부가 지원해 준 전통시장 지원금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 방송국에서 A씨와 상인회가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서울시와 구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일제히 감사에 나섰고 부담을 견디지 못한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전통시장 지원금 횡령 논란은 비단 A씨 상인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상인연합회에서 임원을 지냈던 K씨는 대부분의 전통시장에서 관행적으로 횡령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실토했다. 국민 세금이 상인회장 쌈짓돈으로 활용되는 창구라는 주장이다.

수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의 지원금이 매년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통해 집행된다. 대부분 전통시장 현대화를 위한 시설개선 사업에 쓰이지만 상인회 운영에도 매년 천억 원 이상씩 직접 투입된다. 주로 마케팅, 교육, 인력, 컨설팅, 지역상품전시회에 사용된다. 이 지원금이 밑빠진 독에 물 붓듯 줄줄 샌다.

전통시장 지원금 횡령 수법은 매우 다양하다. 마케팅비를 가장 많이 빼돌린다. 경품으로 지급된 상품권을 착복한 뒤 경품 수령인의 연락처를 허위로 적어 지급대장을 조작하는 방식이다.

홍보물 제작비용을 뻥튀기하기도 한다. 인쇄물, 현수막, 기념품(시장바구니, 쇼핑백 등)을 발주하면서 실제 사용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지급한 것처럼 꾸미고 차액을 횡령한다. 예를 들면 인쇄물 제작시 업체와 300만원에 계약서를 쓰고 실제로는 50만 원만 주는 식이다. 인쇄물뿐 아니라 현수막이나 기념품, 경품 등도 이와 비슷한 방법이 동원된다. 온누리 상품권 깡을 통한 뒷돈 챙기기도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상인회에는 매년 중앙정부 예산으로 ‘매니저’가 투입된다. 행정, 이벤트, 축제기획, 사업유치 지원 등을 수행하는데 전통시장 한 곳당 한 명씩 지원을 받는다. 이들 대부분은 매니지먼트란 본연의 임무가 아닌 상인회의 경리사원으로 채용된 지 오래다.

전통시장 배송서비스지원금이 새는 일도 다반사다. 전통시장 배송기사의 인건비는 최대 90%가 국비나 지방비로 지원된다. 그러나 일선 시장에서는 기사를 고용하지 않고 감사에 대비해 사진 자료만 남겨둔다. 배송기사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한 것처럼 꾸미고 인건비를 착복하는 것이다. 배달차량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거의 없다는 현실을 정부만 모른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완장’ 때문이다. 상인회장이란 완장을 차면 지역 정치인들에게 ‘갑’으로 군림하게 된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 표를 의식해 상인회장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 관계부처에 예산 압력을 넣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현장직원들은 걸핏하면 보직이동을 신청한다. 여기저기 걸려오는 정치인들의 전화를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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