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이사數 늘리자"... 현대차 주총, 엘리엇의 '검은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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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이사數 늘리자"... 현대차 주총, 엘리엇의 '검은 속내'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3.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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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현대모비스 이사회 정원 9명 → 11명’ 제안
그룹 콘트롤타워 모비스, 기업지배구조·사업재편 정점
엘리엇 측 이사 선임 시 그룹 경영 전반에 심대한 영향
정관 변경 특별결의 요건... 엘리엇 제안 통과 가능성 높지 않아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22일로 예정된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주주총회 최대 이슈는 ‘모비스 이사회 정원 증원’ 안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대규모 고액 배당, 사외이사 후보 선임, 이사회 정원 증원 등의 안건을 제안하면서 현대차그룹을 압박하고 나섰다.

엘리엇이 전문 홍보대행사를 앞세워 대대적인 여론전에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현대차는 이렇다 할 대응 없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현대차의 차분한 대응에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하더라도 밀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깔려 있다. 엘리엇의 고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 요구가 해외 의결권자문사는 물론이고 국내 의결권자문사로부터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현대차 측에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요구한 고액 배당 제안에 대해서는 “오직 단기 차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해지펀드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거세다. 세계 1위 의결권자문사인 ISS를 비롯 국내외 의결권자문사가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엘리엇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현대차 혹은 모비스와 경쟁 관계 내지 거래 관계가 있는 기업에서 일한 전직 임원을, 이사 후보로 추천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표 대결이 이뤄져도 고액 배당 및 엘리엇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면 현대모비스 이사회 정원을 늘리자는 엘리엇 주주제안은 성격이 다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 작업의 정점에 놓여 있다.

그룹이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수소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개발, 커넥티비티 시스템 개발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도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한다. 따라서 이 회사의 이사회 구성은 그룹이 나아갈 방향과 직결돼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현대모비스의 현재 이사회 정원은 9명. 모비스는 정관으로 그 수를 최대 9명으로 정했다. 이 가운데 임기 만료로 올해 주총에서 새로 선임할 이사는 2명이다.

22일로 예정된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주주총회에서는, 현대모비스 이사회 정원을 현재 9명에서 11명으로 늘리자는 엘리엇 제안이 최대 쟁점으로 떠 오를 가능성이 높다. 사진=시장경제DB

엘리엇이 노리는 것은 모비스 이사회 정원 증원이다. 엘리엇은 모비스 사외이사 신규 후보로 2명의 인물을 추천하면서,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늘릴 것을 제안했다.

엘리엇은 이사회 정원 증원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한다면, 현대차 측이 제안한 모비스 사외이사 후보 2명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모비스의 이사회 정원이 11명으로 늘어난다면 엘리엇과 현대차 측이 각각 추천한 후보 4명이 모두 선임될 수 있다. 모비스 이사회에 엘리엇 추천 후보가 들어간다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 작업은 안갯속에 빠져든다. 그룹의 중장기 투자전략과 신사업 구상 역시 마찬가지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의 특성상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협력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노조와의 관계가 매우 껄끄러워질 위험이 크다.

현대차 측이 이사회 정원 증원에 반대 입장을 밝힌 밑바탕에는 이런 이유들이 존재한다.

이사회 정원 증원 이슈와 비교한다면 고액 배당 요구를 비롯한 그 밖의 주주제안은 오히려 부담이 덜한 사안이다.

엘리엇이 이사회 정원 증원에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모비스의 이사회 정원은 정관이 그 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정원을 늘리려면 정관 변경 절차를 거처야 한다.

회사법 상 정관 변경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이다. 모비스 이사회 증원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거나,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현대차 측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은 현재 30.17%이다. 정의선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그룹 임직원 등 특수관계인, 기타 우호지분을 합친 규모다.

경기 화성에 있는 현대차 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으로부터 개발 중인 차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이기륭 기자

엘리엇이 현대차와의 표 대결을 통해 이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외 연기금 투자자들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엘리엇이 제안한 ‘모비스 이사회 정원 증원’ 안건이 주총을 통과할 가능성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그리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ISS가 엘리엇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을 권고했지만, 그 밖의 다른 의결권 자문사는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국내 연기금투자자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엘리엇의 주주제안에 반대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엘리엇이 표 대결을 통해 모비스 이사회 정원 증원에 성공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기업지배구조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와 모비스에 대한 엘리엇 주주제안에 ‘모두 반대’를 권고했다. 반면 회사 측의 제안에는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엘리엇이 제안한 사외이사 후보가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해 상충 위험을 지적했다.

글로벌 2위 글래스루이스도 엘리엇의 고액 배당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모비스 이사회 증원 안건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늘리자는 엘리엇 제안에 찬성의견을 표시하면서도, 이사회 정원이 현재와 같이 9명으로 유지된다면 모비스 측 사외이사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회사 측이 제안한 사내 및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도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도 현대차 측의 손을 들어줬다. 기업지배구조원의 자문을 받는 국민연금은 현대자동차 및 현대모비스 측의 주주제안에 찬성표를 던질 계획이다. 반면 엘리엇이 요구한 고액 배당 및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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