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해 檢주장은 침소봉대"... 삼성 8차 공판 핵심쟁점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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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해 檢주장은 침소봉대"... 삼성 8차 공판 핵심쟁점 '셋'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3.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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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조와해 의혹' 8회차 공판 중계... 檢-辯 법정공방 치열
"조직적 지시 있었다" vs "정상적 경영활동, 지시 문건 아니다"
삼성측 "그린화 전략, 노조 필요없는 수준의 근무환경 조성 의미"
사진=시장경제DB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임직원 32명에 대한, '삼성 노조와해 의혹' 공판이 8회차까지 진행되면서 이 사건 핵심쟁점도 점차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삼성의 ‘노사전략 문건‘을 두고 검찰이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가운데, 변호인단 역시 견고한 방어논리로 맞서고 있다.     

이 문건에 대해 검찰은 삼성이 비노조 경영 방침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자, 그룹 내 조직적이고 치밀한 노조와해 시스템이 구축·작동된 증거라고 봤다. 반면, 변호인단은 정상적인 노사 관련 업무의 일환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획책하기 위한 목적이 결코 아니며, 계열사나 각 협력사 등에 전파한 사실이 없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번 사건의 법정 취재를 진행해 온 <시장경제>는, 가열되고 있는 ‘삼성 노조와해 의혹’ 공판핵심 쟁점을 크게 3가지로 추려 정리했다.    

◆ 문제의 '하드디스크' 7개… '위법수집증거' 논란은 일단락

지난해 2월 검찰은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수사도중 경기 수원 삼성전자 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과정에서 ‘노사전략 문건‘이 담긴 하드디스크 7개를 확보했다. 이 문건은 본래 혐의인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검찰이 영장주의를 위반해 증거를 수집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제의 ‘하드디스크’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공판 초기부터 논란이 됐다. 형사소송법은 '적법절차에 반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유죄입증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원칙을 명문으로 규정했다(308조의2).  

변호인단 역시 재판 초기부터 검찰이 제시한 증거목록 중 압수된 하드디스크에서 나온 문건들에 대해 ‘부동의’ 함으로써, 위법수집증거 논란을 핵심쟁점으로 가져가려 했다. 

[편집자 주]
‘위법 수집 증거능력 배제의 원칙’과 ‘독수독과이론(毒樹毒果理論)’
‘위법 수집 증거능력 배제의 원칙’은 강학상의 이론이 아니라 우리 법률과 대법원이 인정한 소송법상의 기본 틀이라고 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2007년 법률 개정으로 308조의 2를 신설, 위 원칙을 명문화했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대법원도 같은 해 11월 ‘위법 수집 증거능력 배제의 원칙’을 인용하는 기념비적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제주도청 지사실에 대한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다툰 이 사건 판결이유를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은 법리를 확립했다.
 
“절차 조항을 따르지 않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가장 효과적이며 확실한 대응책은 이를 통해 수집한 증거, 이를 기초로 획득한 2차적 증거를 유죄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대법원 2007.11.15. 2007도3061호.
 
특히 대법원은 위 판결이유를 통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능력을 부정한 것은 물론이고 그 파생증거(2차적 증거)의 능력마저 부인하는 ‘독수독과이론’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
 
독수독과이론(Fruit of the poisonous tree, Früchte des vergifteten Baumes)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毒樹)에 터 잡아 2차 증거(파생증거)를 얻었다면, 그 파생증거 역시 독과(毒果)이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해선 안 된다는 법리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처음 제시된 이론이지만 다양한 예외가 허용된다는 점에서, 형소법 제308조의2가 명문으로 규정한 ‘위법 수집 증거능력 배제의 원칙’과 실효적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열린 6회 공판기일에서 하드디스크를 증거로 채택해 ‘위법수집증거’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 “재판이 더이상 지체되는 것을 원치 않으므로 증거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선고 때 내리겠다”는 것이 재판부의 의중이다.  

다만, 재판부는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변호인측이 문건에 대한 결정적인 추가 자료를 제출한다면 받아들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사진=시장경제신문

◆ 삼성 '노사전략문건' 목적은 노조와해?… 辯 "지나친 비약"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삼성 노사전략’ 문건이 어떠한 목적으로 작성됐는지에 대한 것이다. 문건의 내용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각 계열사와 협력업체로 하달되고, 보고도 실제로 이뤄졌는지도 중요한 쟁점중 하나다. 

우선, 검찰은 노사전략 문건이 2004년부터 10여년의 기간 동안 매년 작성돼 온 사실에 주목했다.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노조 설립 가능성이 있는 ‘문제인력’에 대한 관리와 노사교육, 복수노조 대응태세 점검, 노조 설립 대응 시나리오 마련 등을 들고 있다.  

이 중 노조설립 대응 시나리오의 경우, ▲문제발생현황보고 ▲문제인력 현황파악 및 분석 ▲동조가능인력 현황파악 ▲해결방안 ▲향후 문제행동 예측 및 차단 ▲사후관리 항목 등으로 세분화해 점검토록 돼 있다. 

나아가 검찰은 삼성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한 ‘그린화 전략’이 만들어졌으며, 문건 내용 중 ‘노조와해’, ‘고사화’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도 혐의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근본적으로 부당한 시각으로 접근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사전략 문건은 아이디어를 정리해 놓은 추상적인 목적의 문건으로 지시문서가 아니며, 노조 설립 대응에 대한 시나리오 자체를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문건에 노조 대응방안이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당연한 경영활동에 해당한다고도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복수노조가 허용된 2011년 당시에는 경영계 전반에 위기감이 대두하던 시기였던 만큼, 삼성도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며 “노조설립 자체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조직문화와 근무여건을 개선한다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일부 문건에 ‘노조와해’, ‘고사화’라는 용어가 쓰인 것에 대해선 “작성자가 다소 과장된 표현을 사용했을 수 있지만, 이를 가지고 공소사실에 대한 지시 및 공모의 근거로 보긴 어렵다”며 “검찰이 문건의 작성 목적이나 경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자극적인 문구를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그룹 차원에서의 노조와해 지시 있었나?

검찰은 삼성이 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부당노동행위를 지시·감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검찰은 ‘삼성 노사전략 문건’이 그룹 수뇌부인 미래전략실에서 작성됐고, 노조설립에 따른 단계별 대응전략과 보고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 설립 시도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단계별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이에 대한 모의훈련 및 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했다는 주장이다.

공판에서 검사측은 “노사전략 문건은 삼성의 비노조 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문건에 기재된 부당노동 행위가 계열사 등에 그대로 실행됐다”고 말했다. 나아가 “삼성은 협력업체 노조문제에 개입해 근로자가 노조를 조직하거나 운영하는 것 자체를 지배하려 했다”며 “정치권 개입이나 자살자 발생, 국정감사 등 외부환경을 감안해 상황별 전략을 마련, 실행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비노조 경영이 노조가 필요없는 경영환경을 추구하는 기업경영 방식의 하나일 뿐, 탄압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비노조 경영은 다양한 고충처리 채널 마련과 노사협의회 위상 강화, 임금·복리후생 비교우위, 합리적 조직문화 유지, 불합리 요소 제거 등을 통해 직원들이 노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상생·공영의 목적을 지닌다는 설명이다.   

특히, 민노총 등 외부 노동계 세력이 협럭업체를 통해 우회 침투하고 노조 설립에 개입하는 것은 당시 경영계에서도 공통적으로 우려를 나타냈던 사안이며, 이에 대한 대처는 서비스업 특성 상 업무차질을 막기 위한 경영 판단이라고 변호인단은 주장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검찰도 문건 내용에서 삼성이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를 시행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삼성이 노조가 필요 없는 경영환경을 추구하려 했다는 변호인단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 이 사건 제9회 공판은 다음달 2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서관 417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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