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추천' 회추위서 5대 금융지주 회장 모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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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추천' 회추위서 5대 금융지주 회장 모두 빠졌다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04.0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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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하나금융에 이어 우리·신한금융도 동참
농협금융지주는 애초 임추위에 회장 안올려
"셀프연임 논란 차단... 투명한 룰 조성 중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열린 제 1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제공

지주 회장이 사외이사 선출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고, 회장 후보의 자격을 명문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통과를 앞두고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빠졌다. 회장을 뽑는 회추위는 연말부터 가동되지만, 미리 내부 규정을 고쳐 ‘셀프 연임’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지배구조 및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지배위)’에서 회장을 제외하도록 내부 규범을 개정했다.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 수도 늘렸다. 기존 지배위는 대표이사 회장과 4인 이상 6인 이내 사외이사로 구성됐지만, 올해부터 5인 이상 7인 이내 사외이사로 변경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연말 조용병 회장의 연임 여부를 가려야 한다. 일단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연임에 제한은 없다. 신한금융은 회장의 경우 첫 선임 시 만 67세 이하, 연임 시 만 70세 이하의 나이 제한을 두고 있다. 조 회장은 1957년생으로 현재 만 62세다.

우리금융지주도 올 초 금융지주사 체제로 출범하면서 회추위에서 회장을 제외하도록 했다.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하지만 은행장 임기는 내후년까지 2년 남아있어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 주목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연초 장동우 사외이사를 임원후보추천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차기 회장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회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인사들에 더해 내외부 후보들을 검토하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7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홍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이 유력 경쟁 후보를 없애고 자신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이른바 ‘셀프 연임’을 문제 삼았다. 이후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회추위에서 빠졌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애초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2017년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권 금융지주회사는 특정 대주주가 없다 보니 최고경영자(CEO)가 본인 연임에까지 스스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논란의 중심”이라며 “본인 이후 경영 공백 없이 승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CEO의 책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후 최흥식 금융감독원장까지 나서며 금융사 지배구조에 대한 검사를 대폭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CEO를 뽑을 때 객관적이고 투명한 룰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셀프연임을 무조건 배반 시 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경우 10년, 20년간 경영을 하며 금융계 대부 역할을 하는 분들도 많다”며 “객관적인 자격이나 선발 기준으로 CEO를 뽑는 모습을 보여주면 연임을 해도 반감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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