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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자영업' 개념도 모르고 '소상공인法' 발의한 여당

기사승인 2019.04.11  07: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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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발의 계획, 당대표 말 한마디에 지난달 29일 법률안 제출
연구용역도 생략 ’졸속 입법‘ 비판... 자영업 개념, 지나치게 광범위
변호사 등 전문직, 수십억원 매출 내는 대형 점포도 자영업 포함
’영세자영업자 보호‘ 기본 취지 무색, 충분한 의견 수렴 거쳐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회의 장면. 사진=이기륭 기자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의원이 ‘소상공인·자영업자기본법’을 발의했다. 여당의 입법 발의는 지난 1월 소상공인연합회 신년하례식에 참석했던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올 해 안에 소상공인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발표한 후 2개월여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이해찬 대표는 올해 1월 22일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도 “2월 임시국회에서 소상공인기본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 대표가 호언했던 법안을 발의하며 흔해 빠진 보도자료 하나 배포하지 않은 점을 보며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숙제를 성급히 마친듯 내용에 자신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홍의락 의원은 애초 올 해 상반기에 법 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거쳐 하반기에나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당 대표의 ‘독촉’에 입장을 바꿨다. 

여당이 법률을 제정하기에 앞서 연구용역도 거치지 않고 법안부터 발의하는 행위는, 그 내용의 문제를 떠나 ‘졸속 입법’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홍의락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앞서 자유한국당 김명연, 홍철호 의원과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등이 발의한 ‘소상공인기본법(안)’과 달리, 자영업자의 개념을 추가한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것을 제외하면 다른 부분은 큰 차이가 없다.

홍 의원은 법률안 제안 설명을 통해 “자기고용노동자라는 자영업자의 특성과 업종별로 다양한 자영업의 성격을 정책적으로 포괄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자영업자의 개념을 추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자영업자’ 개념은 정의가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해 정책대상으로 삼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비슷한 개념을 포함한 기존 법률과의 충돌도 우려된다.

변호사와 의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노무사 세무사 등 이른바 고소득 전문직도 넓은 의미로 보면 ‘자영업자’ 범주에 포함된다. 연 매출이 수십억원에 이르는 대형 점포 운영자도 ‘자영업자’로 구분된다. ‘자영업자’ 개념에 대한 적확한 개념 구분 없이 법률을 발의하면, 소상공인을 보호하기는커녕 혼란만 심화시킬 수 있다.

소상공인기본법 혹은 소상공인-자영업자기본법의 본래 취지는 영세자영업자를 경제적으로 보호하고, 이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체단체가 정책적 배려를 하는 데 있다. 법률안 제정에 앞서 전문가에 의한 연구용역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홍의락 의원실의 기본 인식 역시 아쉬움을 자아낸다. 

홍 의원실 관계자는 고소득-전문직도 ‘자영업자’에 포함될 수 있다는 기자의 지적에 “그게 그렇게도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법률안에 자영업자 개념을 삽입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편의점 사장님들 때문”이라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이런 사실은 법안 발의를 주도하는 여당 의원실 관계자들조차 '국가가 정책적으로 보호해야 할 자영업 개념'을 혼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상공인 혹은 영세자영업자 지원 법률을,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시혜적 성격의 복지 정책 정도로 이해하는 시각도 문제다. 소상공인 관련 법률이나 정책은 ’복지‘가 아닌 ’공정거래‘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표의 말 한 마디에 법률안 제정을 위한 최소한의 연구용역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법안을 마련한 여당의 행태, 관계자들의 기본 개념에 대한 무지 혹은 몰이해는 소상공인기본법 제정 과정의 어려움을 반증한다.

영세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기본법 제정이 본래 취지대로 이뤄지려면,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개최, 전문가에 의한 연구용역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김흥수 기자 hskim@meconomynews.com

<저작권자 © 시장경제신문 | 메콘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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