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꽉 조이는 주택담보대출... 시중은행, 기업금융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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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꽉 조이는 주택담보대출... 시중은행, 기업금융 '올인'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4.0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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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고객 모셔라"... 가계대출 막히자 中企대출 확대
수익 악화, 中企대출 강화로 상쇄... 정부 정책에도 동참

정부가 가계부채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2분기에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수익 악화가 예상되는 은행들은 각종 규제 대상인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총력전을 펴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 행태 서베이(설문)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태도 지수는 -13으로 지난 1분기(-3)보다 크게 하락했다.

대출 행태 서베이는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를 -100에서 100 사이로 나타낸 지수다. 대출 심사를 완화하겠다는 은행이 더 많으면 플러스(+), 강화하겠다는 은행이 더 많으면 마이너스(-)로 나타난다. 그만큼 심사가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규제와 부동산 경기부진 영향으로 국내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태도 지수는 지난해 4분기 -47을 기록, 지난 2003년 4분기(-50) 이후 65분기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특히 은행들은 올해 2분기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가계 신용이 더 위험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기업대출은 숨통이 트이고 있다. 중소기업대출 태도 지수는 지난해 4분기 -3에서 올해 1분기 17로 올랐고, 2분기도 같은 수준인 17을 기록했다. 정부의 중소기업금융 인센티브 활성화, 2020년 예정인 새로운 예대율 규제 적용 등의 영향으로 은행의 기업대출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기업대출 태도 지수는 0으로 전 분기와 같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관측됐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고객 모시기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실제 은행들은 법인고객 우대 제도, 기업금융전담역(RM) 확충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앞다퉈 중소기업대출 시장 선점에 나선 상황이다. 은행의 입장에서는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수익 악화를 중소기업대출 강화로 상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혁신중소기업 육성정책에도 적극 동참한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어 일석이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소기업대출 규모가 가장 큰 신한은행은 신용∙기술보증기금 출연, 중소기업 전용 상품 출시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내외부 집합교육을 통한 기업투자금융(CIB)·공단형·글로벌 전문 RM육성을 위해 교육 세분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신한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규모는 86조5,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79조1,567억원 대비 9.3% 늘었다.

하나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공략도 만만치 않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규모는 78조1,653억원으로 전년 동기(71조5,844억원)보다 9.2% 증가했다. 시중은행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하나은행은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외부 벤처투자 전문인력을 채용, 은행 내 신성장벤처지원팀을 신설하고 그룹사 간 창업벤처투자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대출 잔액 100조원 돌파를 앞둔 국민은행은 이달 초 금융권 최초로 그룹 통합 법인고객 우대 프로그램인 KB스타클럽 제도를 신설했다. KB스타클럽은 그룹 주요 계열사 거래실적을 합산해 선정된 등급에 따라 차별화된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로열티 프로그램이다. 국민은행은 "그룹 차원에서의 법인 고객 우대를 통해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고객과 KB금융 모두의 시너지가 확대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점장 경력 6~8년의 영업추진센터장 34명을 올해 발탁해 전국 20개 영업본부에 전진 배치했다. 영업추진센터장은 새 중소기업을 발굴해 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지점 내에서 영업 노하우를 일선 직원에 전수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2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약 78조원)으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적었던 우리은행이 중소기업 영업을 대폭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최강자로 꼽히는 기업은행은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달 말 중소기업 경영지원 플랫폼인 'IBK박스(BOX)'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IBK박스'를 통해 57년 중기금융 역량을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환시키는 전기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창업육성 플랫폼인 'IBK창공(創工)'을 기반으로 소상공인·벤처·중기 지원 등 인큐베이팅 역할부터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원스톱 금융서비스도 핵심 전략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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