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檢고발 될까? 12일 증선위 '불법대출' 판단에 촉각
상태바
SK 최태원 檢고발 될까? 12일 증선위 '불법대출' 판단에 촉각
  • 양원석 기자
  • 승인 2019.04.1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선위, 한투증권-최태원 회장,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심의
‘법인 대출 가장한 개인 대출’ 결론 나면, 검찰 고발 불가피
총수익스와프(TRS) 약정, 꼼수 대출 논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지상욱 의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위한 개인대출과 유사하게 활용"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이기륭 기자

금융감독원이 ‘발행어음을 통한 위법 대출’ 혐의를 받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기관경고’ 제재를 내리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 올랐다.

한투증권 및 그 임직원에 대한 제재 수위 의결을 위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전체회의는 12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이날 또 다른 주요안건은 최 회장 등 이 사건 관련자들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다.

자본시장법은 한투증권과 같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의 개인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증선위가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한 한투증권의 대출을 최 회장 개인에 대한 대출로 판단한다면, 과징금 부과 등 행정벌과는 별도로 검찰 고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업계의 예상과 달리 비교적 경미한 제재 수단을 선택했다는 점,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 앞서 열린 법령해석위원회가 “한투증권의 대출 실행과정에 위법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점은 최 회장에게 유리한 정황이다.

그러나 안심할 수준은 못 된다. 금감원이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위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위법 대출”이란 기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선위가 금감원 제재심 논의결과와 달리 한투증권과 최 회장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금감원 제재심이 증선위의 ‘예심’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역시 최 회장에게 불리한 사정이다.

금감원은 3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제제 여부와 그 수준을 논의했다. 3일 제재위원회는 한투증권이 단기금융업무 운용기준을 위반해 최 회장에게 개인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기관경고 및 과태료(혹은 과징금) 부과를 증선위에 건의키로 했다.

위원회가 논의한 제재 수준은 ‘기관경고’로, 당초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일부 영업정지를 포함해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금감원의 기존 태도를 고려하면 강도가 한결 낮아졌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기관경고’ 처분은 금감원장의 전결 사항이지만, 과징금 혹은 과태료 부과는 증선위-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 금융위 의결이 증선위 결정에 대한 추인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고려할 대, 한투증권에 대한 제재는 증선위 의결로 사실상 확정된다.

예상보다 낮은 제재가 사실상 결정되면서 언론의 관심은 한투증권에서 최태원 회장에게로 넘어갔다.

◆법인 대출 혹은 이를 가장한 개인 대출? 최 회장 운명 가를 증선위 판단

이 사건 최대 쟁점은 '대출의 성격'이다. 대출 상대방을 SPC로 본다면 적법한 법인담보대출이지만, 대출을 통해 실제로 이익을 얻은 ‘수혜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최 회장 개인에 대한 대출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전자는 한투증권, 후자는 금감원이 각각 주장하는 기본 논리다.

따라서 향후 이 사건 최대 변수는 ‘발행어음을 통한 한투증권의 대출을 최태원 회장 개인에 대한 위장 대출로 볼지 여부’에 대한 증선위 판단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관. 사진=시장경제DB.

[편집자주]  
'한국투자증권 위법 개인 대출 의혹' 사건 개요

2017년 1월 ㈜SK는 ㈜LG로부터 LG실트론 지분 51%(3418만주)를 6200억원에 인수했다. 주당 매입가는 1만8138원. SK는 지분 양수도 거래가 완료된 직후 기업 이름을 SK실트론으로 변경했다.

같은 해 8월30일, 최 회장은 우리은행 등 이 회사 채권단이 보유한 주식 29.40%를 삼성증권과 한투증권을 통해 간접 확보했다. 최 회장과 증권사들은 이 과정에서 ‘SPC를 경유한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을 이용했다.

삼성증권과 한투증권은 최 회장의 주문에 따라 각각 SPC를 설립하고, 해당 회사를 통해 채권단 보유 SK실트론 주식을 매입했다. 이후 두 증권사는 SPC를 앞세워 최 회장과 TRS 약정을 체결했다.

◆총수익스와프, 증권사를 통한 주식 간접 취득...경영권 방어 혹은 기업 인수 목적으로 이용

총수익스와프는 주로 증권사와 투자자 사이에 거래되는 파생금융 상품이다.

일반적인 시장 참여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거래는 투자자가 특정 기업에 대한 주식 매입을 증권사에 주문하고, 증권사는 자체 자금으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뒤, 투자자와 약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약정에 따라 증권사가 매입한 주식의 시세차익 혹은 손실은 전적으로 투자자의 책임으로 귀속된다. 증권사는 매입한 주식을 투자자에게 사실상 넘기는 대신 그 대가로 매년 일정 비율의 수수수(약정이자)를 지급 받아 수익을 창출한다.

TRS는 거래 형태가 매우 가변적이다. 둘 사이에 매입 주식의 의결권·배당권 관련 옵션이 포함되는 경우 투자자는 실제 주식을 보유한 것과 거의 동일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약정기간이 끝나면 투자자와 증권사는 주식 양수도 및 대금 정산 절차를 진행한다.

경영권 방어 혹은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한 TRS 거래에서는 약정에 콜옵션 혹은 풋옵션이 포함된다.

TRS 거래는 기업 혹은 오너 입장에서 경영권 방어 혹은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자주 활용된다.

TRS 약정을 맺어도 해당 주식의 소유권과 의결권은 형식적으로 증권사에게 있다. 그러나 투자자로부터 매년 고정 수익을 보장받는 증권사가 우호지분을 가진 특수관계인으로 나서기 때문에, 기업 오너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즐겨 쓰는 대안이 되고 있다. 콜옵션이나 풋옵션 행사 전, 의결권 행사 권한을 넘기는 특약을 포함할 경우에는 투자자가 직접 주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특정 기업의 인수를 희망하지만 당장은 그만큼 충분한 자금 여력이 없는 경우에도 이 방식이 종종 쓰인다. 투자자는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때까지, 우호적 관계에 있는 초대형투자은행 등 금융기관의 협조를 얻어, 해당 기업의 주식을 간접 보유할 수 있다.

◆‘TRS  약정’, 증권사...매년 일정 비율로 고정 수익 창출 

증권사 역시 시세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동시에 일정기간 동안 고정 수익(수수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파생상품이다. 이 방식을 쓸 때 증권사는 투자자가 보유 중인 우량기업의 주식을 담보로 확보하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한투증권도 최 회장과 TRS 거래를 하면서, 그가 보유한 SK(주) 주식을 담보로 잡았다. 

TRS 약정의 대상이 되는 주식의 소유권 빛 의결권에 관한 보고의무는 투자자가 아닌 계약자(증권사)에 있다. 

◆최태원 회장, 한투증권과 TRS 약정 체결하면서 SK(주) 주식 담보로 제공

한투증권은 같은 해 8월 자기신용으로 어음을 발행·유통한 뒤, 그 자금으로 SPC ‘키스아이비 제16차’에 1,673억원을 빌려줬다. SPC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주식 19.40%를 매입했다. 앞서 SPC는 최태원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약정을 체결했다.

이 약정에 따라 최 회장은 SK실트론 주식 시세변동으로 발생하는 손익을 전부 책임지는 대신 해당 주식을 간접 보유하게 됐다. 반면 SPC는 향후 5년간 약정이 정한 수수료(이자)를 최 회장에게서 받기로 했다.

SPC는 매입 주식의 시세변동으로 인한 주가 하락 위험을 투자자인 최 회장에게 넘기면서, 5년간 고정 수익을 확보했다. 최 회장은 SPC에 약정이자를 지급하는 대신 SK실트론 주식 19.40%를 간접 확보했다.

최 회장은 약정기간이 끝나면 SPC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간접 보유 중인 주식 전부를 실제 양수키로 했다. 기간 만료 전, 최 회장이 해당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도 약정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TRS 약정 체결을 위해 자신이 보유한 SK(주) 지분 160만8000여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최태원 회장, SK(주)...‘SK실트론’ 지분 100% 확보

최 회장은 같은 방식으로 삼성증권이 설립한 SPC ‘더블에스파트너쉽2017의2’와도 TRS 약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SK실트론 주식 10%를 추가 확보했다. 두 건의 TRS 약정으로 최 회장이 간접 확보한 SK실트론 주식은 29.40%에 달한다.

SK(주)도 TRS 방식을 이용해 SPC ‘워머신 제육차’(NH투자증권 설립)가 보유한 SK실트론 주식 19.6%를 손에 넣었다. 이로써 SK(주)와 최 회장은 SK실트론 주식 100%를 확보했다.

방식별로 보면 실질소유가 51%, 간접 소유가 49%이다. 주주별로 구분하면 SK(주)가 70.60%를, 최 회장이 29.40%를 각각 보유 중이다. 

◆SPC를 통한 TRS 약정, ‘개인 대출 규제 회피 수단’으로 이용 

투자자와 증권사가 TRS 약정을 체결할 때 거래 편의를 위해 가장 즐겨 쓰는 방식이 특수목적법인(SPC)을 경유한 기업대출이다. SPC(Special Purpose Company)는 자산 유동화를 위해 설립되는 페이퍼컴퍼니로, 설립 주체는 대부분 금융기관이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약정 당사자는 투자자-증권사가 아니라, 투자자와 SPC가 된다. 이를 위해 증권사는 SPC를 설립하고, 해당 SPC의 업무수탁자 및 자산관리인 지위를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증권사는 투자자 개인이 아닌 법인(SPC)애 대출을 실행하는 형식을 취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개인 대출 규제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PC 경유한 TRS 약정’, 형식상 법인대출, 실질은 개인 대출

발행어음 재원 조달-SPC 설립-TRS 약정의 3단계를 거친 대출 형태는 한투증권이 처음이다. 한투증권은 대출 상대방이 법인(SPC)이기 때문에 기존의 법인대출과 다를 게 없고, 현행 법령에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금감원은 형식적인 대출 당사자를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해당 대출로 실제 이익을 얻는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봐야 한다고 맞섰다. 금감원은 한투증권 대출 과정을 살펴보면, 실제 수혜를 입은 당사자가 최 회장임을 쉽게 알 수 있으므로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개인 대출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 불만... “금감원, 그동안 아무 말 않더니 이제 와서 딴소리” 

양 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지만 업계 분위기를 보면, 금감원 해석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읽힌다. SPC를 경유한 TRS 약정은 증권사 등이 기업대출을 실행할 때 자주 쓴 방법이고, 그 동안 금감원이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출 실행 당시 한투증권이, 최 회장이 보유한 SK(주)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는 점에서 통상의 기업대출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오히려 금감원이 무리하게 제재를 추진하다가 뒤늦게 문제를 시인하고 처분수위를 낮췄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올해 1월 열린 제재심에서 일부 위원은 “현실을 외면한 논의”라며 금감원 시각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업계에서는 TRS 약정을 통한 대출을 규제할 명확한 근거가 없고 이를 제재한 선례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금감원 행보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금감원 “한투증권이 법인 대출 가장해 개인 대출 실행”... 정치권도 금감원 입장 지지  

이 사건을 대하는 금감원의 입장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대출의 ‘실질 수혜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개인 대출로 보는 것이 타당하며, 한투증권이 법인 대출을 가장해 개인 대출을 실행했다는 것이 금감원 측 견해의 핵심이다.

정치권에서도 금감원과 같은 견해가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은 지난달 27일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한투증권 발행어음 부당 대출 의혹’ 관련 질의를 쏟아냈다.

지 의원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발행어음을 통한 개인 대출은 위법”이라며, “한투증권의 TRS 거래 과정을 살피면, (이 방식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위한 개인대출과 유사하게 활용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투증권 측은 특수목적법인을 거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무혐의로 처리될 경우 향후 SPC 거래가 허용돼, 증권사를 통한 생산적 금융은 사라지고 발행어음 제도의 의미도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 의원은 “금융부문 제재는 실제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진행돼왔다”며, 금감원에 고강도 제재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 롯데그룹, 미래에셋 등에 대한 제재도 거래 실질 주체를 기준으로 결정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시장에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

◆꼼수 대출 논란 ‘TRS 약정’... 계열사 부당 지원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   

TRS 방식을 통한 대출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도 눈여겨볼 쟁점 가운데 하나다. 곧 있을 증선위 심의에서는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가 집중적으로 다뤄지겠지만, 공정거래법 위반 이슈 역시 언제든 불거질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다.

지난해부터 TRS 거래의 위법성을 살펴온 금감원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10여개 기업이 모두 30여건에 이르는 TRS 약정을 통해 계열사 부당 지원 등에 나선 것으로 보고, 공정거래위에 관련 자료를 넘겼다.

TRS 약정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잠점 결론이 나온다면, 최 회장을 비롯한 기업 총수들에 대한 무더기 고발이 이뤄질 수도 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