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무혐의가 지금은 유죄?... '삼성 노조와해' 檢잣대 도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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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무혐의가 지금은 유죄?... '삼성 노조와해' 檢잣대 도마위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04.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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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10차 공판 속행... 辯, 검찰 주장과 상반된 새 증거 제출
협력사 사장 다수, 과거 검찰로부터 단체교섭 거부 '혐의없음’ 처분받아
사건내용 사실상 동일... 삼성 측, 당시 노조·비노조 구분없이 재취업 알선
사진=시장경제DB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사건 피고인 가운데 일부 협력사 사장이 과거 ‘노조와의 단체교섭 지연(부당노동행위)’ 혐의와 관련돼 검찰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 피고인들 가운데 협력사 사장들이 받고 있는 주요 혐의 중 하나가 ‘노조와의 단체교섭 지연’이다. 노동조합법은 사용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지연 혹은 기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과거 사건 자료를 분석해 “동일한 이유(노조와의 단체교섭 지연 혹은 기피)로 입건된 다수 협력사 사장들이 검찰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해당 문건을 증거로 제출했다.

변호인단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 사건 피고인 중 한명인 협력사 사장 A씨는 2014년 10월 서울북부지검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당시 A씨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입건돼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사용자인 A씨가 특별한 사정 없이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지연해 노동조합법을 위반했다는 것이 주요 혐의였다.

A씨는 “업종의 특성상 계절에 따라 성수기, 비수기 업무량이 크게 다르다”며, “성수기를 피해 단체교섭을 진행하려 했을 뿐 고의로 지연한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사건을 조사한 서울북부지검은 A씨에 대해 혐의없음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A씨가 단체교섭 경험이 없었고, 노조에게 조합원 명단을 요청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의자가 고의로 단체교섭을 지연 또는 기피했다고 볼만한 근거가 미약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성수기 단체 교섭 거부 혹은 지연’을 이유로 입건된 다른 협력사 사장들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성수기 단체 교섭 지연’은 이 사건 검찰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돼 있다.

검찰의 과거 수사기록·불기소처분 이유 등을 볼 때, 2014년 당시 무혐의 처분 사건과 이 사건 공소사실은 상당히 유사하거나 동일하다.

변호인단은 이런 사실에 근거해 검찰 공소사실에 강한 의문을 던졌다. 사실상 동일한 사건에 대해 “그 때는 위법하지 않고, 지금은 위법하다”고 판단을 번복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성수기 단체교섭 지연’에 대한 변호인단의 항변은 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사건 10차 공판에서 나왔다.

형사합의 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의 주요 쟁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성수기 단체교섭 지연’을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서비스 측이 노조의 힘을 빼기 위해 ‘협력사 노조원의 고용승계 없는 폐업’을 강요 내지 유인했다는 검찰 공소사실의 진위였다.

◆‘성수기 단체교섭 지연’은 위법한가? 검찰 이중 잣대 논란 

협력사 사장들의 단체교섭 지연 혐의에 대해 변호인단은 검찰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변호인단은 “일부 피고인이 업무가 가장 집중되는 성수기를 지나 단체교섭을 진행하려 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이들이 노조와의 교섭을 고의로 거부하거나 해태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폐업한 협력사 직원 재취업 위해 ‘무기명 추천서’ 교부

이 사건 검찰 공소사실의 허점도 새롭게 발견됐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과 관련돼 “회사가 ‘노조원 공용승계 없는 협력사 폐업’을 유인했다”는 논리를 폈다.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회사가 협력사들과 공모해 ‘위장 폐업’을 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의 요지다.

변호인단은 이 부분에 대해 “검찰 주장과 달리, 회사가 조합원 비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재취업 알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가 나왔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이 이날 공개한 ‘폐업절차 설명 가이드’ 문건에는 ‘협력사가 폐업한 이후에도 삼성측이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가리지 않고 인근 협력사로 재취업을 알선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고용승계 없는 폐업’으로 노조세력 약화를 획책했다는 검찰측 주장과 상반된다.

이 문건의 작성자는 삼성전자서비스이다. 문건을 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조합원, 비조합원을 구분하지 않고 폐업한 협력사 직원의 재취업을 적극 알선했다.

특히 회사는 협력사 직원들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삼성전자서비스 명의의 ‘무기명 추천서’까지 배포했다.

문건에 따르면 취업을 거부한 것은 오히려 노조원들이었다. 변호인단은 “위 문건을 보면 마산 협력사 폐업 후 창원 협력사로 재취업한 노조원들 다수가 근무개시를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시장경제DB

◆협력사의 페업 사실 통지 및 협의... 공모로 볼 수 있나?  

검찰이 문제 삼은 노조대응 문건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검찰은 노조가 설립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폐업에 삼성전자 및 및 삼성전자서비스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제시한 근거는 ‘협력사가 폐업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측과 협의를 거쳤다는 사실’이다.

반면 변호인단은 “협력사가 폐업 과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와 절차를 논의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절차”라며 검찰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협력사는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와 용역업무 수행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폐업 등 수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그 사실을 통지하고, 논의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협력사가 스스로 결정할 폐업 문제를 삼성전자서비스와 논의하고 협력했다며 공모를 주장하고 있는데, 협력사들은 폐업에 대한 경험이 없고 절차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서비스의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노조와해 의혹의 또 다른 증거로 제시한 ‘협력사 안정화방안 문건’의 내용 및 효력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 다음은 변호인단의 설명.

“문건의 내용은 근태관리, 파업 미참가자 물량 배정, 원청에 의한 업무 처리 등 파업 발생 시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응방안에 불과하다. 노조원을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내용이 아니라, 위법 소지가 없도록 절차를 준수할 것을 안내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개인사찰 의혹... 회사 측 “우발적 사건 재발 막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

변호인단은 개인사찰 의혹과 관련해 법 위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행위에 이르게 된 사정을 참작해 줄 것을 당부했다.

검찰은 삼성전자-전자서비스-각 협력사로 이어지는 보고체계를 통해 노조를 설립하거나 여기에 가담할 가능성이 높은 직원을 ‘문제인력’으로 지정하고, 개인사찰 등을 통해 수시로 특정 직원의 개인정보를 공유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피고인이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인정한다. 깊히 반성하고 있다. 다만 과거 노조원 자살과 같은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 노조탈퇴를 종용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 직원들에 대한 개인정보 수집 문건에는 ‘노조’와 관계가 없는 내용도 다수 포함돼 있다. 포항 협력사에 근무했던 노조원 B씨에 대한 회사의 개인정보 수집 문건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B씨의 가족사항, 알콜중독, 우울증, 자살 시도 내용 등을 모두 문건에 기록했다. 직원들에 대한 정보 수집이 노조활동을 막는 목적으로만 활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는 재판부와 삼성전자서비스 해직 노조원 간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재판부는 특정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방청석에 앉아있던 이 모씨 등 삼성전자서비스 해직 노조원 2명에게 “재판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요소는 허용할 수 없다”며 조끼 탈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씨는 “법에는 명령에 의한 탈의가 명시돼 있지 않다”며 버텼다.

재판부는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재판 진행에선 허용할 수 없다"며 "계속 입을 경우 퇴정을 명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고, 이 씨는 "됐느냐"며 마지못해 조끼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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