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즉시연금 첫 공판... 法 "연금액 계산법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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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즉시연금 첫 공판... 法 "연금액 계산법 밝혀라"
  • 배소라 기자
  • 승인 2019.04.1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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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금소연이 삼성생명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청구소송 첫 공판 열려
이동욱 부장판사 "약관에 연금액 계산식 넣지 않은 삼성생명 1차 잘못"
삼성생명 측 "어려운 연금액 계산 수식 약관에 넣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즉시연금 계약자 원고 56명의 소송대리인 신동선 변호사가 재판이 끝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미지급 추정금액이 1조 원대에 달하는 즉시연금 관련해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이 이어진 가운데, 금융소비자연맹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25부 이동욱 부장판사는 12일 오전 10시 20분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청구소송 첫 공판을 열고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이동욱 부장판사는 “보험약관에 명확한 계산식이 없고, 말로만 표현돼 있어서 원고와 피고 간에 약관 해석을 놓고 다툼이 있다”며 “약관에 월 지급 연금액의 계산식을 넣지 않아 피고에게 1차적으로 잘못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판사는 “피고(삼성생명)가 도대체 어떻게 계산하는 지 가입자들은 잘 모를 것 같다”고도 했다.

삼성생명 측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김앤장 임시규 변호사는 “연금액 계산 수식이 저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복잡하다”며 “계산식을 약관에 다 넣기에 어려움이 있어 산출 방법서에 별도로 넣었다”고 반박했다.

같은 로펌의 이효제 변호사는 “산출 방법서라는 (연금액 지급의) 기준이 되는 서류를 만들고 그걸 약관에 반영했다”며 “보험 계약자를 위해 모든 수식을 약관에 다 넣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금소연 측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정세의 김형주 변호사는 “보험계약자가 보험 가입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보험료 얼마를 내면 얼마를 돌려받느냐인데, 이 부분이 명시돼 있지 않다”며 “연금액 공제 근거도 나와 있지 않아 보험계약자가 (연금액 계산법을) 알 방법이 없다”고 맞받았다.

그는 “이 사건 외에도 제기된 소송이 많은데, 즉시연금 관련해 AIA·DB·신한생명은 지급 의사를 밝혔다”며 “AIA생명의 경우 다음주 첫 재판이 열리는데, (즉시연금 미지급) 보험료 지급 의사가 있으니 조정해 달라고 한 상태다”라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피고(삼성생명) 측이 보험료 지급을 매달 어떻게 한 것인지 보험사는 알고 있을 테니, 계산 근거를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금소연 측 소송 대리를 맡은 김형주 변호사는 “(삼성생명 측에) 계산 방법을 밝히라고 말씀하신 것은 보험료를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니까 보험금 지급 방식을 제시하라는 취지로 말씀하신 건가요?”라고 반문했다. 이에 이 판사는 “(보험료 지급 계산 방법을) 우리도 알아야 하니까요”라고 답했다.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대외협력팀장은 "재판 전체적으로 풍기는 뉘앙스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법리 다툼할 것이 아니라, 사실을 파악해 입증해서 서로 입장에서 확인하면 고객에게 잘못한 부분이 금방 나오기 때문에 낙관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약관 관련 법률상 약관 해석할 때 명백하게 해석이 안되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돼 있다"며 "(다른 보험사들과 즉시연금 문제로) 앞으로 9번의 재판이 더 남아있고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음 심리는 오는 6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금소연 측은 금융감독원에 의견 조회를 요청해 금감원 견해를 재판부에 참고 자료로 제시하고, 삼성생명 측도 즉시연금 계산식을 재판부에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보험을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낸 후 그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이 지급되는 상품이다. 만기 때 만기보험금을 돌려주는 만기환급형이 이번 미지급 논란의 대상이다.

즉시연금 사태는 금리 하락 탓에 일부 보험사가 상품 판매 당시 설계서에서 제시한 최저금액보다 적은 금액이 연금으로 지급돼 금감원에 민원이 제기되며 촉발됐다.

핵심 쟁점은 약관의 범위다. 피고인 삼성생명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매월 연금액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명시했고, 가입자가 원할 경우 이 문서를 공유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소연은 가입자 100여명의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삼성생명을 상대로 지난해 10월 공동소송을 냈다.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삼성생명을 포함한 21개 생명 보험사에 “만기 보험금 지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공제한 즉시연금 과소 지급액을 계약자에게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금감원이 추정한 즉시연금 추가 지급액은 모두 7750억원으로 이중 삼성생명의 부담분이 54.2%(4200억원)를 차지한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370억원만 환급기로 하고 나머지는 법원 판결을 받아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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