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다가오자... 돌연 '은행 자영업대출 조사' 나선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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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 다가오자... 돌연 '은행 자영업대출 조사' 나선 정부
  • 오창균 기자
  • 승인 2019.04.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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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문제로 자영업자들과 대립각 세우더니 돌연 '은행 점검'
자영업자들에게 과도한 보증·담보 요구하지 않았는지 집중 조사
"평소 소상공인 목소리 경청해왔으면 모를까 이제와 왜 이러나?"
최성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사진=이기륭 기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에 대해 공동 검사에 착수한다.

최저임금 문제를 놓고 지난해 말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대립각을 세워온 정부가 선거철이 다가오자 뒤늦게 민심을 수습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15일부터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취급 실태를 점검한다.

금감원과 한국은행이 공동검사를 벌이는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공동검사를 요청했고 금감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동검사와는 별개로 금감원은 다음달 KB국민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당초 종합검사 전후 6개월 간은 부문검사를 하지 않기로 했지만 한국은행과의 공동검사는 예외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대출 취급 과정에서 자영업자들에게 과도한 보증·담보를 요구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필 예정이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관련 규정을 중심으로 시중은행을 들여다 볼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빠른 속도로 증가한 자영업자 대출을 위험 요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지난해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상호금융권역이 31.9%로 가장 높았고 저축은행 31.5%, 은행 8.6% 등이었다. 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0.61%로 1년 전보다 0.10%p 높아졌다.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근본 원인이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기인(起因)한다는 점이다. 또한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경기침체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이중고(二重苦)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폐업률이 앞으로 지속될 경우 개인 차원의 빈곤 문제 외에 가계부채 확대 등 거시경제 불안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자영업자의 생존 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정부 차원의 서비스 연구·개발(R&D) 활성화 방안이 시급하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은행 대출 조사가 아닌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나 주휴수당 폐지 문제와 같이 자영업자들의 생존이 달린 문제를 외면하면서, 시중은행에 책임을 전가하듯 대출 문제를 압박하는 정부의 제스처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31일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자영업자들은 강력 반발하며 헌법소원 청구로 맞불을 놨다. 이들은 "정부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결국 범법자로 내몰았다"고 질타했다.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상공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 문제와 주휴수당 폐지 건의에 대해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평소 정부가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왔으면 모를까 이제와 시중은행의 자영업대출을 들여다본다고 하니 총선이 다가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면 시중은행보다 제2금융의 자영업자 대출이 훨씬 크게 늘었음에도 국민들의 인지도가 높은 4대 은행을 타깃으로 삼겠다는 의도 역시 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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