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왕서방, 대림동 눈독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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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왕서방, 대림동 눈독 들인다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7.01.2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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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어 영등포구 대림2동 5년새 임대료·권리금 ‘껑충’

‘시계제로’ 대림동 차이나타운, 투기성 자본 몰려

“가격 왜곡·거품경제·젠트리피케이션 유발” 경고

#지하철 대림역 12번 출구를 통과하면 서울 안의 '리틀 차이나'다. ‘대림2동 중앙시장’에는 중국어 간판의 각종 음식점과 직업소개소, 여행사, PC방 등이 즐비해 있다. 한국어로 된 간판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행인 중에는 내국인보다 중국인이 더 많다. 

양꼬치를 파는 한 식당에 가보니 한국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식당 종업원은 “주된 손님은 중국인과 조선족이다”라고 귀띔했다. 불과 5년 만에 손님의 90%가 외국인으로 바뀔 정도로 대림2동은 중국인의 거리로 변해버렸다. 

재중동포들이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대림동 중앙시장' 골목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박진형

“중국인들이 순수하게 장사를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권리금 차액을 노리고 임대차 계약을 맺는 경우가 절반은 되는 것 같아요. 부동산 거래가 잦다 보니 임대료도 덩달아 뛰고 있습니다. 저희같은 상인들 입장에서는 정말 죽을 맛입니다." (대림2동 상인 박승권 씨)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2동)이 들썩이고 있다. 중국의 뭉칫돈이 이곳에 몰리며 부동산을 마구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동 차이나타운은 제주도에 이어 중국인과 조선족의 투자 수요가 많은 곳이다. 중국인의 서울투자 1번지로 꼽힌다. 명암은 분명하다. 중국 자본이 대림동에 유입되면서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켰지만, 부동산 가격 거품과 공동화현상을 유발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6일 상가 시세를 확인하기 위해 대림동 내 부동산을 방문했다. 공인중개사는 매물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권리금은 1억이다”고 대답했다. 한국인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마음에 드는 매물에 돈을 아끼지 않는 중국인들이 그의 주 고객인 탓이다. 

기자가 만난 다수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대림2동의 상가 임대료와 권리금이 5년 새 2~4배 가량 올랐다고 입을 모은다. 공인중개사 김 모 씨는 “대림역 9번과 12번 출구와 인접한 중앙시장 골목이 ‘알짜배기 상가’"라며 "권리금은 2억, 월세가 400만 원이 기본으로, 이는 5년 전보다 4배가량 오른 가격”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대림2동의 부동산 거품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대림동 중앙시장 상가 임대료가 폭등해 영세 상인이 쫓겨날 처지다”라며 “'부동산 막차'를 탄 사람도 가격 거품이 꺼지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단기간 내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서서히 가격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실장도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국인은 마음에 들면 웃돈을 얹어서라도 매입하려는 투자 성향을 보입니다. 이는 부동산 가격 거품의 한 원인일 수 있지요. 낙후됐던 도심이 번성하고 임대료가 오르면서 지역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공동화현상) 현상이 우려됩니다.”

재중동포가 최근 매입한 1층 상가 건물이 공사로 한창이다. 사진=박진형

▶ 대림2동 부동산 큰 손은 '중국인'

국토교통부 ‘외국인 실제 보유 토지 현황’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의 외국인이 보유한 토지면적은 2014년 2억828만㎡에서 2016년 2억3223만㎡로 11.5% 늘었다. 국적별로는 미국 1억1,838만㎡(51.0%), 유럽 2,134만㎡(9.2%), 일본 1,881만㎡(8.1%), 중국 1,685만㎡(7.2%), 기타 국가 5,685만㎡(24.5%) 순이다. 하지만 증가율로 보면 중국이 전년 대비 18.4%로 가장 높았다. 미국(0.8%), 일본(0.5%)에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영등포구청의 ‘외국인 토지 취득 통계’를 보면 중국인이 지난해 영등포구에서 매입한 토지는 255필지였다. 연도별로는 ▷2012년 26필지 ▷2013년 36필지 ▷2014년 74필지 ▷2015년 163필지 등 해마다 부동산 매입률은 크게 늘어났다. 연 평균 76.97%의 증가세를 보인 것. 

기자는 대림2동 내 상가 6곳의 시세를 확인해 봤다. 대림동 중앙시장 입구부터 시작되는 골목에 위치한 상가는 전용면적 49㎡(15평) 기준 평균 권리금이 2억 원대이며 임대료는 250~300만 원으로 형성돼 있었다. 대림역 9번·12번 출구 대로변에 위치한 상권은 권리금이 3억~4억, 임대료가 500만 원 선이었다.

500여 미터 떨어진 지역이어도 가격 차이는 분명했다. 찾아간 상가 모두 권리금은 2000만 원으로 동일했다. 모 할인마트 뒤편에 있는 전용면적 79㎡(24평)짜리 3층 상가 임대료는 150만 원이었다. 서울복지병원 옆에 식당을 하고 있는 전용면적 33㎡(10평) 1층 상가 임대료는 110만 원이었다. 인근 전용면적 77㎡(22평) 크기의 2층 점포 임대료는 180만 원 선이었다.

외국인이 영등포구에서 거래한 건축물은 2012년 150건(2만4000㎡), 2013년 164건(1만4000㎡)에서 2014년 205건(2만㎡), 2015년 304건(2만2000㎡), 2016년 356건(3만1000㎡)으로 해마다 규모가 늘어났다. 이중 중국인이 보유한 부동산 비중이 상당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중앙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가이다. 사진=박진형

▶ 대림2동 부동산 폭등 대책 마련돼야

최근 제주도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으로 인해 현지 거주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인들의 부동산 매입 경쟁이 이를 부추겼고, 정부는 사실상 이를 수수방관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대림2동도 제2의 제주도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낙후된 환경 개선의 득보다 부동산 거품의 실이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한다.  

고태호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자본 투자가 ‘부동산투자이민제’가 실시된 2010년 이후 제주지역에 급증하고 있고, 이들 자본은 부동산 임대업, 숙박업 등에 집중됐다”며 “이에 따라 경제파급효과가 큰 건설업에 투자 수요가 높아져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제주지역 물가와 지가가 상승하고 있다. 제주도가 섬이라는 특성이 없었으면 지역주민들이 외곽으로 빠지는 현상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대림동 차이나타운도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대림역 9번 출구 뒤편에 위치한 재중동포가 운영하는 한 호프집. 종업원이 서빙을 하고 있다. 사진=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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