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25시] ‘유령 주차장’ 철도공단‧고양시‧덕양구 “내 책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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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유령 주차장’ 철도공단‧고양시‧덕양구 “내 책임 아냐”
  • 정규호 기자
  • 승인 2017.06.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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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업자가 그린벨트 지역에서 유령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린벨트 지역에는 건축할 수 없는 각종 시설을 세워 영업 중이다. 현시세를 감안할 시 불법 주차장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한해 연간 수억원의 불법 이득을 취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부지 사업권을 내준 한국철도시설공단과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고양시청, 덕양구청은 서로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행정을 펼치고 있다. 특히 관할 관청이 ‘불법’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저런 핑계로 움직이지 않고 있어 업계에서는 ‘청와대 비호’, ‘공무원 상납’ 등의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 덕은동 105번지 ‘ㅇㅇ주차장’은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차장’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105번지에는 현재 ‘ㅇㅇ주차장’이라는 주차장이 영업 중이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곳은 철도부지 즉, 국유지이며 그린벨트 지역으로 묶여 있다.

주차장은 ‘신고업’이지만 운영자는 고양시청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유령 주차장인 셈이다. 또, 이곳은 그린벨트 규제에 따라 건축할 수 없는 ▲차량 정비 시설 ▲실내주차장 ▲컨테이너도 갖추고 운영 중이다.

주차장에는 화물차, 전세버스, 장의차 등 사업용차량부터 지자체의 환경미화 차량 등 다양한 차종들이 주차를 하고 있는 상태다.

이곳의 주차장 사업자는 무허가 주차장이면서 합법한 주차장이라고 영업을 하고 있다.

ㅇㅇ주차장 사업자는 “주차장 사업은 ‘합법’이며, 현재 주차장이 만차이지만 빼박이(주차장 직원이 파킹처럼 차를 뺐다가 다시 박아준다는 의미의 전문용어) 방식으로 주차를 해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격은 대형버스는 30만원, 중형버스는 25만원에 주차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위임받아 관리하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청 덕은동 105번지의 모습. 해당 사진은 '유령주차장' 논란이 일기 전인 2013년6월의 모습으로 전체적으로 노외주차장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사진=네이버
2014년 주차장 사용 허가 사업자가 바뀐 이후 불법 차량 정비 시설이 들어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덕양구청은 해당 사진의 시설물에 대해 허가를 내준적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시장경제신문
2014년 주차장 사용 허가 사업자가 바뀐 이후 실내주차장 시설이 들어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을 보면 해당 사업자는 실내 주차장을 만들고, LED 전구을 장착해 운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역시 덕양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았다. 사진=시장경제신문

◇ 알고 보니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사용 허가 사업

그렇다면 이 주차장은 어떻게 운영하게 됐을까.

확인 결과 논란의 유령 주차장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위임받아 관리하는 곳이었다.  즉, 해당 부지는 국민의 것으로서 공단이 국토부로부터 위탁을 받았고, 공단은 다시 입찰을 통해 ‘ㅇㅇ주차장’에게 사용허가를 내줬다.

공단은 지난 2014년, 입찰을 통해 향후 6년간 해당 부지의 사업권을 ‘ㅇㅇ주차장’이라는 사업자에게 넘겼다고 지난 7일 밝혔다.

◇ ‘청와대 비호설’까지 유언비어 퍼져

2014년부터 영업을 해온 이 유령 주차장은 단속에 한 번도 걸리지 않자 각종 비리 루머가 나돌고 있다.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는 한 전세버스 운수종사자는 “고양시, 덕양구청, 철도공단 등 지자체와 중앙정부 기관이 이곳의 불법 행위를 모를리 없다”며 “청와대의 비공식 자금 루트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수종사자는 “이미 지자체의 차량들도 와서 주차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이곳이 불법인지 모르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주기적 상납을 통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방대한 불법 주차장을 운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을 보면 유령 주차장에 고양시의 환경미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교통업계 관계자들은 "지자체에서 불법 주차장을 차고지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를 지자체가 몰랐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 철도시설공단, 고양시, 덕양구청 “우린 책임 없다”식 행정 논란

“수색철도기지 105번지에 있는 주차장은 불법아닌가요?”라는 질문에 공단, 고양시, 덕양구청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독자들이 알기 쉽게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보도한다.

▶고양시청 교통정책과

(7일)기자: 고양시 덕양구청 덕은동 105번지에 무허가 주차장이 영업 중입니다. 알고 계신가요.

교통정책과: (우리쪽에) 등록돼 있지 않은 주차장입니다. 주차장 내 컨테이너, 정비시설, 실내 주차장 같은 그린벨트 위법 사안은 덕양구청 건축과에서 담당입니다.

기자: 불법 사항이 있으니 해당 주차장을 가볼 의향은 있나요.

교통정책과: 가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주차장법으로 조치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12일)기자: 해당 사업자에 주차장 신고를 하라고 요청했나요.

교통정책과: 우린 (주차장 사업)통보를 해 온 사업자에 한해서만 등록합니다. 해당 사업자는 아직 통보를 하지 않습니다.

기자: 민원과 제보를 통해 불법을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취한 조치가 없다는 것인가요.

교통정책과: 그거를 제가 나가서 해야 하나요? 설치한 사람이 통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통보를 하지 않았을 경우 벌칙 조항이 있으면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고양시청 주차단속팀

기자: 덕은동 105번지 불법 주차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질문을 자르며)

주차단속팀: 거기는 불법 주차장이 아니라 허락 받은 주차장이에요.

기자: 고양시와 덕양구청 모두 불법이라고 밝혔는데, 왜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건가요.

주차단속팀: 사업자등록증이 있어 합법입니다.

기자: 사업자등록증만 있으면 합법이라는 의미인가요?

주차단속팀: 그거는 모르겠습니다. (주차장 사업 신고 유무를)따져 보지 못했습니다. 현재 (사업자등록증 없이)무허가로 운영하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그에 비춰볼 때 이곳은 사업자등록증이 있기 때문에 합법이라는 의미였습니다.

기자: 덕은동 105번지 주차장을 단속한 적은 있습니까.

주차단속팀: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기자: 방금 전까지 합법이라고 밝혔는데, 단속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까.

주차단속팀: 공영주차장도 단속하고, (단속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단속을 합니다. 

(해당 공무원은 하루에 25~30건 들어오는 불법 주차 민원을 처리하기도 바쁘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자: 혹시 덕은동 105번지 불법 주차장 관련해 민원을 받아 본 적은 있습니까.

주차단속팀: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기자: 민원인하고 통화를 해 본적도 없습니까.

주차단속팀: 처음에는 민원인하고 통화를 한 적 있습니다.

 

▶덕양구청

(7일)기자: 고양시 덕양구청 덕은동 105번지에 무허가 주차장이 운영 중입니다. 알고 계신가요.

건축과: 주차장 관할은 고양시입니다.

기자: 주차장이 위치한 곳은 그린벨트 지역입니다. 그런데 차량정비소, 컨테이너, 실내주차장 시설이 건축돼 있습니다. 허가를 내 주셨습니까.

건축과: 허가가 나간 적이 없습니다. 철도시설공단이 우리측(덕양구)에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기자: 그럼 단속을 나갈 의향은 있습니까.

건축가: 단속은 그린벨트 단속팀에서 실시하고 있고, 저는 인허가만 담당합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기자: 공단의 부지인 수색철도기지 105번지에 주차장은 불법으로 운영 중입니다. 공단이 직접 운영하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공단 홍보팀: 우리가 지난 2014년 ‘ㅇㅇ주차장’ 사업자에게 사용허가를 내 줬습니다. 계약 할 때 임차인이 지자체에 인허가를 받도록 돼 있습니다. (사업권 줬기 때문에) 더 이상 우리가 해줄게 없습니다.

기자: 관리감독에 대한 의무도 없나요?

공단 홍보팀: 아니 기자님. 그런 걸 어떻게 일일이 다 확인합니까.

한편, 덕양구청 관계자는 지난 12일 뒤늦게 “7일 1차 계고장을 보냈고, 1달 후 그동안의 행정 관련 오해를 풀기 위해 다같이 모여 불법 주차장 관련 대화를 하자”고 알려왔다. 관련 인터뷰 내용은 추후 보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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