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지분율 기준 미달 기업 내부거래 늘어
재벌 총수 일가의 내부거래가 잠깐 줄었다가 다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가 정부의 규제 대상 기준에 맞처 지분율을 줄여 규제 사각지대로 들어간 뒤 내부거래 비중을 더 높인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2014년 사익편취 규제 도입 이후 내부거래 실태 변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액은 2014년 7조9000억원으로 도입 전인 2013년(12조4000억원)에 비해 줄었지만 지난해 다시 14조원까지 늘어났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공정거래법 23조의 2)는 기존에 있던 부당지원행위 규제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2014년 새로 도입됐다. 총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 직접 보유 지분이 일정 수준을 넘는 회사는 연간 내부거래액이 20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의 12%를 넘으면 규제 대상으로 분류된다. 규제 기준이 되는 총수일가 지분율은 비상장사는 20% 이상, 상장사는 30% 이상이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지분율을 상장사의 경우 30% 미만으로(비상장사의 경우 20% 미만으로) 낮추는 '꼼수'로 규제를 피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조사 결과 사익편취 규제 효과는 크지 않았다. 실제 총수일가 지분율이 29%대에 그쳐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상장사의 경우 2014년 이후 내부거래 비중이 규제대상 회사보다 6%포인트가량 높은 20∼21%에 달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 미만인 상장사는 내부거래 비중은 작았지만 회사당 평균 내부거래 규모가 2000억∼3000억원 수준을 유지해 규제대상 회사(500억∼900억원)보다 많았다.
특히 규제가 도입된 뒤 지분율이 낮아져 규제 대상에서 빠진 8개사는 26∼29%로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노션·현대글로비스·현대오토에버·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현대자동차), SK디앤디·에이앤티에스(SK), 싸이버스카이(한진), 영풍문고(영풍) 등이다.
규제대상 회사의 자회사 중 모회사 지분율이 80% 이상인 자회사의 경우도 내부거래 비중이 2014년 16.9%에서 2017년 18.0%로 빠르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만큼 향후 사익편취 규제의 문턱을 높일 가능성이 커졌다. 다음 달 개최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특별위원회의 기업집단분과에서 총수 일가의 내부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이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