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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변호사 "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 독립성 훼손"

기사승인 2019.02.20  18: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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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 20일 바른사회 토론회
국민연금 개입, 사회적 책임 명목으로 관치(官治) 정당화
"의결권 행사, 강행규정으로 일률 규제한다는 건 어불성설"

2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3월 주총,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전지현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국민연금의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바른사회시민회의가 '3월 주총,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2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국민연금 정책토론회는 발제와 토론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패널이 각자의 전문적 영역을 바탕으로 쟁점을 정리·분석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의 근간인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도입 배경과 제도의 본래 목적, 국내 현실과의 충돌,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 이른바 '연금 사회주의' 비판 등 다양한 쟁점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전지현 변호사(연수원 41기)는 이날 토론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필요성과 법적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 "원론적 필요성은 공감, 정부의 시장 관여는 반대"

전지현 변호사는 해외 각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비교 분석하면서 "원론적인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강행규정을 통한 일률적 규제와 현재의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한 의결권 행사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시장에 관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지현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선언한 뒤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1월 의결권 행사 위임을 허용하는 시행령이 통과되자마자 수탁자위원회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진칼(KAL) 경영 참여를 결정하며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정립했다"고 말문을 열였다.

이어 "스튜어드십 도입의 필요성은 자주 거론돼 왔고 2015년 기업지배구조원이라는 민간이 주도해서 영국과 일본의 사례 참조해서 일곱가지 원칙을 만들기도 했지만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저해한다는 폐해 논리, 관치(官治) 같은 문제점들이 제기돼 기관 도입은 소극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고 우리 사회의 가치 지향점도 이때부터 상당 부분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전지현 변호사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언급하며 말을 이어갔다.

"스튜어드십 도입 목소리가 커진 것은 이 때부터인데 국민연금이 전문자문기관을 무시하고 합병을 찬성한 건 돈을 맡긴 국민을 생각한 게 아니라 정부의 말만 들어서 그런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수탁자가 책임을 다해야지 어디 정부가 하라는대로 하느냐, 결과를 보면 삼성물산 주주들은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니 우리도 수탁자 책임을 다하게 외국처럼 집사 책임 원칙,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전지현 변호사는 "그런데 과연 삼성물산 합병 문제가 스튜어드십이 없어서 발생한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노(NO), 스튜어드십은 어차피 자율적 규범이고 실질적인 문제는 국민연금 지배구조에 있다."

기금운용위원장이 복지부 장관이고 위원 구성에 정부가 일일이 관여하는, 독립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전지현 변호사는 "이런 구조에서는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기준이 정부 정책에 좌우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기금운용본부와 위원회를 사실상 통제하는 현재 사정을 고려한다면 스튜어드십 코드가 있건 없건 정부 입김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구조적 문제대로라면 기금 운용 역시 정부 정책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는 곧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명목으로 관치(官治)가 정당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3월 주총, 국민연금 경영개입 쟁점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전지현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정부에 종속된 국민연금 지배구조부터 개선해야"

전지현 변호사는 "지금 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스튜어드십 코드 정당성 여부에 대한 논의를 떠나 정부에 종속돼 있는 국민연금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ABC라는 순서가 있듯 정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려면 수탁자위원회에서 한진칼(KAL)이나 대한한공에 대한 경영 관여를 안한다고 말한 것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뒤집는 식이 아니라 국민연금 운용구조부터 바꾸고 시작하는게 맞다"고 꼬집었다.

전지현 변호사는 방법론 측면에서 문제를 구체적으로 고찰했다.

"실제 의결권 행사 현황을 보면 국민연금 경우 2013년에 10% 룰이 해제되면서 지분율이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주식 투자가 57조원이 넘고, 5% 이상 투자 기업이 290여개에 달한다. 2005년 이후 연금의 주식투자가 전면 허용되면서 반대의결도 따라서 오르는 추세다.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에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걸 강행규정으로 일률 규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전지현 변호사가 제시한 선결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연금 지배구조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달 공개된 가이드라인이 지나치게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점이다.

전지현 변호사는 "스튜어드십은 당초 타인의 재산을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게 관리하라는 취지에서 생겨났는데 각 나라별로 도입 배경은 차이가 있지만 영국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주주 역할을 강조하고, 일본은 이해관계자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고 배경을 곱씹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컨트러버셜 이슈(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나 쟁점이 되는 이슈)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을 스튜어드십코드 발동 요건으로 삼았는데, 이는 정권 입맛에 따라 민간기업의 경영에 개입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는 면피성 도구로 악용될 소지는 없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전지현 변호사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둘러싼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국민연금기금의 의사결정이 독립성과 타당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도 보완을 당부했다.

끝으로 전지현 변호사는 "스튜어드십을 둘러싼 법적인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 기업 지분을 5% 이상 가진 투자자가 지분이 1% 이상 변동될 경우 5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하는 '5% 룰(rule)', 자본시장법 147조, 의결권 공동행사 합의, 경영권 참여 시행령 154조, 임원 선·해임, 기관 관련 정관 변경, 배당(연기금제외) 등 다양한 법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고 역설했다.

오창균, 배소라 기자 crack007@mecono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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