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초대석] "정부돈 목적 협동조합, 결코 성공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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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초대석] "정부돈 목적 협동조합, 결코 성공 못한다"
  • 김흥수 기자
  • 승인 2022.11.1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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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제로협동조합' 김영식 이사장 인터뷰
“ESG에서 환경 다음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부 지원은 성공한 후 사회 환원하라는 의미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고 10년이 지났다. 정부는 지난 10년동안 소상공인협동조합의 활성화를 위해 수조원의 국민세금을 퍼부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 10년간 2만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됐지만 자력으로 생존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전체의 5%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장경제신문>은 성공한 협동조합으로 평가받으며 많은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 에너지제로협동조합의 김영식 이사장을 만나 현 정부정책에 대한 견해와 해법을 물었다.  

- 협동조합 소개를 좀 해달라

“2014년 11월에 6개 조명 관련 회사가 모여 출자자본금 4600만원으로 설립했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협동조합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에너지제로협동조합’이라고 명명했다. 2016년에 경기도로부터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2018년에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는 7개의 조합원 회사로 유지하고 있다. 조합의 필요에 따라 조합원을 가감하고 있다. 정부의 소상공인협동조합 활성화정책에 따라 많은 협동조합이 생겨났지만 생긴만큼 사라졌다. 5%도 살아남지 못 한 것으로 알고 있다. 14~16년에 LED 생산업체가 모여있으니 LED를 중점적으로 해 보자고 해서 조합이 생산한 조명을 조합이 마케팅하는 사업부터 시작했다. 2017년부터 생산자가 직접 판매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2018년에 5억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9년에도 매출액이 상승했다. 특히 2019년에는 라인조명(조명기구를 천정이나 벽 등 외부로 튀어나오지 않고 매립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초기에는 2~3억 팔기도 어려웠는데 2020년에는 라인조명으로만 12억 5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모두 2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두 배 이상의 성장을 하며 지금의 협동조합 면모를 갖춘 기반이 됐다” 

- 협동조합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가

“소상공인은 중소기업 및 대기업과 규모나 자금 등 모든 면에서 경쟁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러한 점 때문에 소상공인협동조합 활성화작업을 추진했고 이에 맞춰 우리도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협동조합을 결성하면 정부로부터 공동장비, 마케팅비용 지원 등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소상공인끼리라도 대외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개 회사가 하나로 뭉치자는 생각으로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정부로부터 자금지원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받았다”

- 타 협동조합보다 정부의 지원을 알차게 받는 것 같다.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에게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정부지원금으로 유용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체적인 자립을 목적으로 시작했고 정부지원금이 플러스알파로 작용해서 시너지를 얻게 됐다.

우리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수원시에 거주하는 기초수급자 독거노인에게 LED조명을 무상으로 교체해주는 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진행했다. 정부기관과 신뢰를 쌓는 작업이었다.

실패하는 협동조합은 왜 실패하는가? 조합을 자기 회사라고 생각하면 이익이 날 때까지 참고 투자를 하며 기다린다. 그런데 공동투자를 하다 보니 조합을 살리기 위한 투자에 인색해진다.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한 조합을 설립했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 한다.

정부지원금이 보조재 역할을 해야되는데 지원금을 목적으로 설립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도 마찬가지다. 영리기업이 사회적기업이 되면 5년동안 정부 지원이 되는데 정부 지원이 끊기면 대부분 문을 닫는다.

지원금이 주가 되는 조합은 성공할 수 없다. 정부가 조합을 지원하는 것은 보조재로 지원을 해 줄테니 성공해서 사회에 공헌하라는 의미인데 주객이 전도됐다. 정부가 협동조합을 활성화시킨 이유는 어려운 사람들끼리 모여서 힘을 합쳐 경쟁력을 키우라고 하는 것인데 설립부터 정부지원금을 받자고 설립하다 보니 지속될 수 없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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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년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애로사항은 없었는지

“사업 초기에는 전통시장의 환경개선사업에 따른 LED조명 교체사업을 주로 했다. 그런데 2017년에 전통시장 상인회장들이 전통시장 지원금 횡령사건이 발생하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관련사업을 조달청을 통해 입찰하도록 변경하면서 대기업 위주의 입찰이 진행되어 협동조합이 참여를 못하게 됐다.

소상공인협동조합이 전통시장 환경개선 사업에서 축출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정부는 환경개선사업의 입찰을 따낸 대기업에게 지역의 소상공인에게 하청이라도 주라고 했는데 우리는 힘이 없었다.

올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덩달아 인테리어업까지 매출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사를 자주 다니고 새집을 사고 해야 인테리어 공사가 늘어나는데 올해는 지난해의 60%밖에 못할 것 같다”

- 협동조합 내부의 갈등은 없었는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조합원 간 불공평 시비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업을 수주하면 조합원마다 특색이 있다 보니 잘되는 조합은 더 잘되고 안 되는 조합은 이름만 걸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조합원 상호간의 형평성문제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고 조합원이 협동조합과 더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조합원만 챙기는 협동조합으로 가고자 했다. 과거에는 최대한 공정하게 하려고 했다. 조합원 서로에게 이익을 배분할 때 출자지분에 의한 배분방법과 기여도에 따른 이익배분이 있는데 조합원간 형평성을 잃지 않으면서 배분하기 위한 작업이 가장 어려웠다. 자체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조합이 도움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 사회적기업 인증까지 받았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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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을 8년째(예비사회적기업 포함)하고 있지만 사회적기업을 관리하는 기관이 너무 많다.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예산의 절반 이상이 중간행정비용으로 소멸된다.

사회적기업에 애로사항이 발생해서 이를 상부에까지 전달하려면 중간에 걸치는 여러 단계에서 이상하게 변질되면서 결국에는 배가 산으로 올라가게 된다.

예컨데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재화의 판로를 개척해준다면서 마케팅용 카다로그만 만들어준다. 소비자와 직접적인 연결을 해 줘야 하는데 소비자 연결은 모르쇠다. 필요없는 졸속 위선행정이 너무 많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나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정은 거의 없으면서 예산은 중간행정비용으로 사라진다. 사회적경제를 살리기 위해 매년 수조원의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그 돈이 전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 향후 계획은 어떤지

“올해는 텍스타일에 조명을 설치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과제에 선정돼서 75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을 수 있었고 정부에서도 2억 정도의 정책자금을 융자 받을 수 있었다. 오는 11월까지 조달청에 품목 등록을 해서 조달청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내년에 30억 이상의 매출액 기대하고 있다.

올해 개발한 신제품은 세계 최초의 제품이며 우리 협동조합은 현재 12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고 디자인실용 등록된 것이 두 건이다. 특허는 계속 출원중에 있고 일본에서도 신제품에 대한 특허 문의가 와 있는 상황이다. 내년부터는 3D프린트 기술을 적용해 4차산업에 본격 진입할 계획이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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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 말씀을 해달라

“ESG에서 환경 다음으로 두 번째 오는 단어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우리 조합의 사업 활동 중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젝트가 전체 사업의 3분의 2에 달한다. 쉽게 말해서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는 사업이라는 의미이다.

우리 조합의 특장점 중 하나는 이사장이 주식 29%를 가지고 있음에도 의사결정권은 근로자 대표에게 있다. 경영 구조의 투명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평균 10여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4000개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인적 가치를 우선하고 임직원의 성장에 주력해야 한다. 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실패하는 조직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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